지난 칼럼에서는 시행사가 하이엔드 주거 프로젝트 등에서 직접 마감자재를 고를 때 지켜야 할 3가지 구매 원칙(①전체 세대 물량 기준 선정 , ②기획 설계와 구매의 분리 , ③브랜드·제품 확정 시점의 신중함)을 살펴보았습니다.
원칙을 아는 것과 이를 실무 프로세스에 녹여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대형 시공사에 비해 데이터와 구매 인력이 부족하고, 단발성 프로젝트로 인식되기 쉬운 시행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짜인 단계별 선정 절차가 필요합니다.
※ 본 이미지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1단계] 마감 가이드라인 수립 및 전체 소요 물량 산출 (Pre-Procurement)
프로젝트의 사업수지에 기반하여 프로젝트 전체 물량을 기준으로 마감자재의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단계입니다.
마감 가이드라인 : 기획 설계 담당자가 마감재의 디자인 컨셉과 대략적인 사양(Spec)을 정의하는 시점부터 구매 담당자가 개입해야 합니다. 디자인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대략적인 단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원가 오버 스펙을 방지합니다.
전체 세대 물량 조기 산출 : 기성품(가전, 위생기구 등)은 물론, 평형별·타입별로 다르게 주문 제작되는 빌트인 가구류까지 처음부터 전체 세대 수 기준의 세부 내역서를 산출해야 합니다. 견본주택 건립 분량만 먼저 확정하고 본 공사 물량을 나중에 협상하려 들면, 주도권을 자재업체에게 빼앗기게 됩니다.
[2단계] 공급사 풀(Pool) 발굴 및 숏리스트(Short-list) 도출
시행사의 약점인 '단발성 프로젝트'라는 인식을 상쇄할 수 있는 우량 공급사를 선별하는 단계입니다.
생산 역량 및 신용도 검증 : 하이엔드 자재일수록 수입/생산 리드타임과 생산 캐파(Capacity)가 중요합니다. 분양 후 실제 투입까지 수 년이 걸리는 만큼 , 해당 자재업체가 그 기간 동안 도산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금융 체력을 가졌는지 신용평가서를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유사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문제없이 수행하였는지 실적에 대한 다면 평가(시행사, 시공사, 자재업체)도 반드시 수행해야 합니다.
3~4개사 숏리스트 압축 : 브랜드 인지도, 단가 수준, A/S 대응 역량 등을 종합 평가하여 입찰에 참여시킬 숏리스트를 구성합니다. 이때 특정 업체에만 유리한 독점적 사양은 지양하고, 대체가 가능한 경쟁 구도를 만들어야 협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3단계] 구매 부서의 현장설명회 및 입찰 실시 (Bidding)
기획 설계 단계에서 형성된 자재업체와 설계 담당자 간의 '심리적 유대관계'를 차단하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단계입니다.
사전 법률 검토 : 현장설명회에서 배포된 자료는 자재업체의 견적 기준이 되므로 계약에 직접적인 효력을 발휘합니다. 작성한 자료에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계약 단계가 아닌 현장설명회 실시 전 단계에서 법률 검토를 하여야 효과적인 입찰 및 계약이 가능합니다.
업무 이관 및 RFP 배포 : 기획 설계가 종료되고 자재업체의 기술적 협조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시점에서 구매 부서가 공식적으로 바톤을 이어받습니다. 요청부서로부터 설계 및 디자인 요구사항을 접수하여 구매 부서 주도로 공식 입찰지침서(RFP)를 배포하고 현장설명회를 개최합니다.
투명한 경쟁 환경 조성 : 모든 견적 제출 및 질의응답은 구매 부서 창구로 일원화합니다. 이를 통해 밀실 협상을 방지하고 자재업체들 간의 실질적인 가격 경쟁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4단계] 기술/가격 평가 및 불확실성 헤지(Hedge) 협상 (Negotiation)
대형 시공사처럼 미래 물량을 무기로 삼을 수 없는 시행사에게 가장 고난도의 단계입니다. '현재'가 아닌 '미래 투입 시점'의 리스크를 통제해야 합니다.
TCO(총소유비용) 관점의 평가 : 단순히 자재 납품 단가만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운반비,보관비, 시험비, 하자보수비, 유지보수비 등 시공사에서는 당연하게 반영시킬 수 있는 각종 부대비용도 시행사에서는 사전에 기준을 수립하지 않으면 추후 분쟁의 소지가 됩니다. 견적 시 각종 부대바용을 반드시 반영하여 총비용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미래 불확실성 비용 제거 협상 : 설계 시점부터 실제 시공까지의 시차(수년) 동안 발생할 원자재 가격 상승 리스크를 통제해야 합니다. 단순구매와 제조위탁을 구분하여 단순 구매의 경우 "물가변동(에스컬레이션) 배제 조건", 제조위탁은 "물가 상승비 상한 제안 조건” 또는 “지정 지수 연동 조건"을 계약 특약으로 요구하여 미래의 불확실성 비용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5단계] 최종 의사결정 및 ‘마감자재 목록표’ 반영
법적 구속력이 발생하는 단계이므로, 구매 계약과 인허가 제출 타이밍을 정밀하게 맞추어야 합니다.
[구매 협상 완료 및 계약] ➔ [주택법상 '마감자재 목록표' 기재] ➔ [분양 승인 및 인허가 기관 제출]
목록표 작성 전 의사결정 완료 :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분양 승인 시 주택법에 따라 '마감자재 목록표(규격, 성능, 재질 등)'를 제출해야 합니다. 여기에 브랜드명이나 제품명이 기재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본 공사에서도 동일 제품을 납품해야 하므로 , 반드시 목록표를 제출하기 전에 모든 구매 절차와 의사결정을 마쳐야만 자재업체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리스크 최종 크로스 체크 : 인허가 기관에 제출할 마감자재 목록표 서류, 분양 광고 책자, 그리고 견본주택에 실제 시공된 자재 스펙이 삼위일체로 완벽히 일치하는지 구매·설계·법무 담당자가 최종 검토한 후 사업 승인을 진행합니다
표시광고법 리스크 검토 : 분양 홍보물이나 견본주택에 사용된 고급 자재는 본 공사에도 동일하게 투입되어야 리스크가 없습니다. 마감자재 목록표 서류와 분양 광고에 나가는 자재 스펙이 완벽히 일치하는지 최종 크로스 체크를 거친 후 승인을 진행합니다.
※ 본 이미지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마감자재 선정 절차는 원가와 품질의 균형을 잡는 저울입니다 많은 시행사가 마감자재 선정을 디자인의 영역으로만 여겨 설계실이나 상품기획 부서에 전권을 맡기곤 합니다. 그러나 프로세스가 부재한 상태에서 고른 마감재는 사업비 상승과 본 공사 시점의 자재업체 단가 인상 요구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십상입니다.
마감자재 선정 절차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닙니다. 시행사의 부족한 데이터와 구매 파워라는 핸디캡을 , ‘철저하게 통제된 시스템’으로 보완하는 구매 전략입니다. 우리 구매 담당자들이 이 프로세스의 워치독(Watchdog)이자 전략가로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이렇게 선정한 마감자재의 ‘시공사 도급 계약 반영 방안’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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