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구매(Development Procurement)는 단순히 부품을 구매하는 업무가 아니라 제품 개발 단계부터 구매가 참여하여 원가, 공급망, 품질, 생산성까지 고려하며 최적의 조달 전략을 수립하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개발부서가 설계를 완료한 후 구매부서가 부품을 구매하는 방식이며, 구매는 개발과 생산을 지원하는 후행 기능(Support Function)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제품이 복잡해지고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설계가 끝난 후 구매가 개입하면 원가 절감이나 공급망 리스크 대응에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래서 대기업들은 구매를 개발 초기부터 참여시키고 있으며, 이를 개발구매라고 부릅니다.
대기업들이 개발구매를 도입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제품 원가의 대부분은 설계 단계에서 이미 결정된다.
원가는 개발 단계에서 결정되면 실제 구매가 협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금액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설계가 끝난 후 가격을 깎는 것보다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것이 개발구매의 시작입니다.
② 협력업체가 기술의 중심이 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기업은 대부분의 기술을 내부에서 개발했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복잡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한 대를 보면 배터리, 반도체, 센서, 모터, 디스플레이 등 핵심 기술 상당수가 협력업체에 존재합니다. 기업 내부보다 협력업체가 더 뛰어난 기술을 가진 경우가 많아진 것입니다. 이때 협력업체와 기술 협력을 담당할 조직이 필요했고, 그것이 개발구매입니다.
③ 제품 개발 속도가 너무 빨라졌기 때문입니다.
과거보다 현재는 제품개발 주기가 짧아졌습니다. 문제는 개발 완료 후 구매를 시작하면 이미 늦다는 것입니다. 개발 완료 후 금형 제작 4개월, 공급사 승인 3개월, 양산 준비 5개월이 필요하다면 출시 일정이 밀립니다. 그래서 구매가 개발 초기부터 참여하게 됩니다.
④ 구매가 비용센터에서 이익센터로 인식의 변화가 생겨났다.
과거 구매는 비용 처리 부서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은 점차 깨닫습니다. 매출 1억원을 늘리는 것보다 구매원가 1억원을 줄이는 것이 더 쉽고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특히 제조업에서는 구매 금액이 매출의 50~80% 수준에 달합니다. 따라서 구매가 개발 단계에서 원가를 관리하면 기업 수익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구매는 단순 지원조직이 아니라 전략조직으로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개발구매는 무엇을 하는 조직인가?
개발구매의 핵심 목적은 크게 5가지입니다.
① 목표 원가 달성
제품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목표 판매가격이 존재합니다. 개발구매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어떤 부품을 사용할 것인지, 어떤 공급사를 선정할 것인지, 대체 소재는 없는지를 검토하여 목표 원가를 달성하도록 지원합니다. 이를 Design to Cost(DTC) 활동이라고 합니다
② 공급망 확보
좋은 설계라도 공급이 불가능하면 양산할 수 없습니다. 개발구매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공급 가능 여부, 생산능력, 공급 리스크를 검토합니다. 대기업에서는 협력업체가 단순 납품업체가 아니라 공동 개발 파트너입니다. 협력업체가 제품 설계에 직접 참여하고 개발구매는 이 협업을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③ 양산 안정성 확보
개발품이 성공했다고 반드시 양산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실험실에서는 생산 가능하지만 수율이 낮거나, 생산 공정이 복잡하거나, 공급사 생산능력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개발구매는 공급사와 협력하여 양산 가능성을 검증합니다.
④ 개발 일정 준수
제품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출시 시점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출시가 늦으면 시장 기회를 잃습니다. 개발구매는 시제품 자재 확보, 금형 일정 관리, 공급사 개발 일정 관리 등을 통해 개발 일정을 지원합니다. 개발구매는 협력업체의 개발 일정도 관리합니다. 금형 제작, 샘플 제작, 승인 시험, 양산 승인 등의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확인합니다.
⑤ 기술 확보
최근 구매는 단순 구매자가 아니라 기술 탐색자의 역할도 수행합니다. 개발구매는 신규 소재, 신규 공정, 신규 기술 협력업체를 발굴하여 개발부서에 제안합니다. 이를 "Technology Sourcing"이라고도 합니다.
미래의 구매 경쟁력은 개발구매에 달려 있다
개발구매 담당자는 구매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프로젝트 매니저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즉, 물건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제품 개발 성공 확률을 높이는 사람입니다. 개발구매의 본질은 구매가 아니라 개발 단계의 사업성 검증에 가깝습니다.
개발부서가 "만들 수 있는 제품"을 고민한다면, 개발구매는 "부품을 사는 기능"이 아니라 제품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적 기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전자, 화학 산업에서는 개발구매의 수준이 곧 기업의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발구매를 도입하는 진짜 이유는 표면적으로 원가절감, 공급망 관리, 일정 관리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업 경쟁력이 "공장"에서 나왔습니다. 그 다음에는 "기술"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날 경쟁력은 생태계(Ecosystem)에서 나옵니다. 하나의 기업이 모든 기술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회사는 협력업체를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협력업체의 기술과 역량을 제품 개발에 통합해야 합니다. 개발구매는 바로 그 연결점입니다. 미래의 구매 경쟁력은 협상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술을 이해하고, 공급망을 설계하며, 개발의 사업성을 검증할 수 있는 개발구매 역량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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