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나 지자체의 기자재 납품 비리가 여전히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2025년 3월, 인천시교육청 전자칠판 보급사업 과정에서 현직 인천시의원 2명과 업체 관계자 3명이 수천만 원의 뇌물 수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신청되었는데, 이들은 특정 업체의 전자칠판을 교내에 설치하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납품 금액의 20% 상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유착 구조의 표본처럼 비치면서, 국민 세금이 공정하게 사용되지 않는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와 같은 납품비리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구매 컨설턴트라는 필자의 직업적 관점에서 찾아본다면, IT 기술이 융합된 구매 시스템 적용과 투명한 구매 업무 프로세스 운영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특히 구매 시스템은 기업과 사회에 이득이 될 수 있는 순기능의 요소가 엄연히 존재하며, 우리 사회와 기업에 꼭 필요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첫 번째 순기능, 납품 투명성 확대

최근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구매 시스템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이 구매 시스템을 도입하는 여러 가지 사유가 있겠으나 가장 우선시 되는 사항은 구매 업무 및 납품에 관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구매와 납품 업무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모두 수작업에 의한 ‘사람의 일’이었다. 대기업에 물건을 한번 납품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접대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었음을 많은 사람들이 인정했던 부분이며, 실제로 이행했다. 물론 이런 ‘사람의 일’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결국 수많은 비리가 발생했으며, 투명하지 않은 거래들이 결국에는 더 큰 사건과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것을 언론을 통해 너무나 자주 접하고 있다.

따라서 대기업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들은 구매 업무를 ‘사람의 일’에서 ‘IT시스템의 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투명성 때문이다. IT 시스템을 통해 구매 조건을 등록하고 그에 맞는 입찰 업체와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업무 변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IT 구매 시스템이 도입되었다고 해서 모든 구매 업무가 시스템으로 이뤄지고 불투명한 거래가 일거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의 일’로 인한 문제에 대해 많은 개선을 가져 올 수 있다. 가장 최근 IT 구매 시스템을 도입한 모 정유 업체는 구매 과정에서 최대한 관련 담당자들의 주관이 들어가지 않도록 모든 입찰경쟁 단위(SG: Sourcing Group)를 세분화 하고 해당 단위에 따라 자동적으로 구매 요청과 입찰 경쟁이 이뤄지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 적용하기로 했다. 해당 기업의 CEO와 임직원들이 구매 담당자들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공정한 경쟁과 투명한 납품 문화를 만들려면 사람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시각이 투영된 결과이다.

두 번째 순기능, 원가 절감 및 비용 효율성 개선

기업들의 입장에서 수억~수십억 하는 구매 시스템을 도입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야 말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구매 시스템의 도입은 장·단기적으로  원가 절감 및 비용 효율성의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 원가 절감과 비용 효율성 개선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며, 소비자 입장에선 고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사회적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필자가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모 자동차 부품업체의 경우 제품의 원가 비율이 91% 수준이었다. 해당 회사는 실제로 인건비와 다양한 간접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실제 제품 판매를 통해 가져갈 수 있는 수익 규모는 매우 작았다. 이는 비단 어떤 한 회사의 경우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물건을 만들고 팔아서 남는 수익이 크지 않으며, 이마저도 점점 줄어 들고 있다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이유는 지속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과 평균임금의 증가 등의 다양한 원인 있을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건값을 올리면 쉽게 해결되지만 비싼 가격 제품에 대해 소비자가 외면해 버린 다면 그 기업은 더 이상 살아 남을 수 없다. 기업들은 현실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제품가격을 올리는 것 보다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혈안이 되고 있다.

기업은 구매 시스템 도입으로 구매 과정에 투입되는 인력과 간접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투명한 입찰 경쟁 과정에서 경쟁력 높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하는 효과를 올릴 수 있다. 이와 함께, 일부 원가 및 비용 절감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구매 시스템은 더 나아가 통합구매 또는 공동구매를 가능케 하여 규모의 경제를 이용한 원가 절감도 이끌 수 있는 등 원가경쟁력 확보의 수단이 되고 있다.

세 번째 순기능, 거래 결과에 대한 정보화

앞서 설명한 두 가지 순기능에 대해서는 많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하고 동의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마지막 세 번째 순기능은 거래 결과에 대한 정보화 부문이다. 이는 구매 전문가로서의 관점에서 보면 앞의 두 가지 내용보다 중요하고 기본적인 부문이라 생각된다. 

기업들은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전략을 수립한다. 실제로 기업들은 고객정보, 마케팅 정보, 시장 정보 등의 수많은 정보들을 수집하고 분석한다. 그러나 구매 결과의 정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수집과 분석에 대한 노력이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구매 정보는 앞에서 서술한 것처럼 ‘사람의 일’에 속해있을 상황에서는 제대로 기록되고 관리되지 않았다. 필자는 심지어 일부 정보들은 특별한 사유로 인해 변경되거나 지워지는 일들도 종종 발생하는 것을 산업현장에서 경험했다.

기업의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모든 업무 행위들은 기록, 분석 및 관리되어야 함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러나 구매 관련 정보는 다른 여타 정보에 비해 그 정확성과 활용성이 아주 많이 부족하다.

세계적으로 구매 부문의 경쟁력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전해지는 애플 구매팀의 경우 부품 을 만들어서 납품하는 협력사들 보다 더 많은 원자재에 대한 가격 정보와 오랫동안 축척해온 구매 히스토리 정보를 바탕으로 구매 협상에 임한다. 애플에 디스플레이 모듈을 공급하는 국내 모 기업의 담당자들도 애플의 구매 담당자들이 가지고 있는 방대하고 심도 깊은 구매 관련 정보력에 두손들고 애플이 요구하는 납품 단가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는 사례에서처럼 구매 정보의 활용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이와 같이 구매 정보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분석 능력을 고도화하여 다양한 부분에 적용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높아질 때 보다 높은 경쟁력을 발휘 할 것으로 예상해 본다.

마치며,

앞에서 구매 시스템 도입을 통한 순기능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구매라는 업무는 아무리 시스템이 발전해도 일부 영역에서는 반드시 ‘사람의 일’이 존재 할 수 밖에 없는 업무영역이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디지털과 시스템으로 이뤄진 세상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또한 그렇게 될 수도 없을 것이다. 일은 사람과 사람이 부딪혀가며 즐겁게 일하고 판단과 결과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시스템을 통해 일하는 방식이 구현 된다면 글의 맨 앞에서 밝혔던 납품비리와 같은 사건들을 찾아 볼 수 없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주제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시면 더 발전된 컨텐츠로 보답하는 바이블이 되겠습니다🎉

▶ 해당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 기고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해당 콘텐츠는 사전 동의 없이 2차 가공 및 영리적인 이용을 금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