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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가능한 공급망 리스크 관리부터 철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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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스퀘어 202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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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리스크 상존화의 시대

글로벌 경제를 견인해왔던 공급망에 지난 수년 간 대규모 자연 재해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많은 장애들이 발생하고 있고 불확실성도 심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년 1월 WHO 팬데믹 선언 이후 3년 4개월 동안 지속된 코로나19는 무려 6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미증유의 리스크로 전 세계적인 사람과 화물의 이동 단절과 공급망 위기가 초래되었다.     

지난 수 십 년간 ‘기술은 선진국, 생산은 개도국’이라는 등식을 기반으로 구축되어온 글로벌 공급망의 혜택을 누리던 선진국들이 이제는 공급망 장애로 인한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특정 국가에 대한 공급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안보의 차원에서 핵심기술 분야 생산의 리쇼어링(reshoring)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면서 공급망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주요국들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규제 조치를 강화하면서 기업들이 이러한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비하지 않는다면 시장 점유율이나 비용 측면에서 커다란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최근에는 공급망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여파가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등 전쟁과 분쟁으로 세계 경제와 공급망이 몸살을 앓고 있다.     

MIT의 요시 세피 (Yossi Sheffi) 교수는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공급망의 구조적 복원력을 높이는데 해답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추가 재고나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략은 지속가능한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에서는 수많은 리스크가 존재한다. 리스크는 예측의 어려움, 영향을 미치는 범위, 리스크의 지속 기간 등의 속성이 다르고 이에 따라 비교적 관리 가능한 리스크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될 수 있다. 팬데믹, 전쟁, 자연재해 등은 예측이 어렵거나 아예 불가능해 사전에 대비하기 어렵고 리스크가 초래할 결과 또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반면 공급자 위험이나 운임 상승 등의 리스크들은 기업의 노력 여하에 따라 예측 자체는 어렵더라도 상황을 빠르게 파악함으로써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급망과 운송 지표의 추이를 관찰하고 일정 임계치를 벗어나는 경우 이를 기준으로 리스크의 발생 여부와 심각성을 판단할 수 있다.     

공급망 리스크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New York Fed)의 글로벌 공급망 압력지수(GSCPI)를 들 수 있다. GSCPI는 글로벌 공급망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해상과 항공 운임지수, 구매관리자지수(PMI) 등을 결합하여 개발한 지표이다. 참고로 GSCPI는 코로나19 재 확산 시기인 2021년 12월 4.36으로 정점에 도달한 이후 하강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2023년 5월 이후에는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년 1분기 공급망 관리 리스크 지수
2024년 1분기 공급망 관리 리스크 지수

(출처 : 물류신문- Lehigh University 공급망 연구센터)

 

항로별, 선형별 BDI, SCFI 운임지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도 공급망과 국제운송의 리스크를 탐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실제 최근 홍해 사태에서 이들 운임지수가 크게 변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만 기존 운임지수는 리스크 발생 이후 상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소 약점이 있다.     

미국 Lehigh대 공급망 연구센터는 2020년부터 기업의 공급망 관리 관련 리스크를 조사하여 지수로 발표하고 있다. 분기별로 미국 내 전문가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리스크 지수를 발표하고 있으며 어떤 유형의 리스크가 증가하였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분야별 지수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예측 가능한 공급망 리스크 관리부터

발생 시점이나 영향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리스크도 있다. 시행이 예정되어 있는 법률, 주기적으로 재협상이 필요한 협약이나 합의 등이 그 예이다. 두 가지 사례를 들어보려 한다.     

#1

미국 물류분야에는 오랜 역사와 시장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항만과 육상운송 노동조합이 존재한다. 항만분야에는 두 개의 노동조합이 있는데, 미국 서부 항만의 국제항만창고노동조합(ILWU, International Longshoremen Warehouse Union)과 동부와 멕시코만 항만의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 International Longshoremen Association)가 그것이다. 여기서 Longshoreman이란 부두 하역 노동자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미국 서부 항만의 경우 2023년 6월 ILWU와 선주 와 고용인을 대표하는 태평양해사협회(PMA, Pacific Maritime Association) 간에 29개 서부 항만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6년간의 새로운 계약에 대한 협상이 타결되었고 8월 31일부터 정식 발효되었다. 이 노사 협상은 2022년 5월부터 진행되었는데 노사 협상 지연에 따른 노조측의 태업이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과 맞물려 서부 항만에 극심한 적체가 벌어지기도 했다. 새로운 협상이 타결되어 앞으로 6년 동안은 서부 항만에서 노조의 태업이나 파업에 따른 대규모 하역 지연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항만에서 화물이 원활하게 하역되더라도 내륙으로 수출입화물을 이동하기 위해서는 철도나 트럭을 이용해야 한다. 미국 철도운송 분야에는 무려 12개의 직능별 노조가 있는데 대표 격인 전국운송사업자회의위원회(NCCC, National Carriers’ Conference Committee)가 사측과 노사 협상을 진행하고 직능별 노조가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2022년 9월 미국에서는 철도 노조의 파업으로 물류 대란이 발생한바 있는데, 당시 친노조 성향의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가 나서서 노사 합의안을 강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미국 역사상 의회가 철도 파업에 개입한 것은 1992년 이후 30년 만이라고 한다.     

문제는 동부 항만인데, 기존 노사 협상이 올해 9월 30일 종료될 예정으로 2월부터 새로운 계약을 위한 공식 협상이 개시되었다고 한다. 미국동부 항만은 파나마 운하 확장이 이루어진 이후 물동량이 크게 증가하였고 서부 항만에 적체가 발생할 경우 대안으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 동남부 지역에 대규모 생산시설이 입지하면서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만약 협상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파업이 시작된다면 12월 연말 쇼핑 시즌과 겹쳐 공급망에 수 주 동안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기업들은 사전에 안전 재고를 확보하고 캐나다 동부 항만이나 서부 항만을 통한 복합운송 등 대안 경로를 마련하는 위기대응 계획을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2

글로벌 공급망 재편 그리고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된 주요국가의 공급망 규제들은 추진 일정이 알려져 있어서 사전에 내용을 파악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가능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2022. 8), 반도체법(CHIPS Act, 2022. 8),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2023. 9), EU 반도체법(ECA, 2023. 7) 등은 공급망 안정화 입법이며 유럽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2026 시행), 탄소중립산업법(NZIA, 2024. 2최종안), EU 배터리 규제(2024. 2 시행), 공급망 실사지침(CSDDD, 2024. 3 최종안) 등은 ESG 관련 공급망 규제에 해당한다. 이전의 자유로운 상품의 이동이 보장되던 공급망에 비해 규제가 크게 강화되고 있다.     

해운 분야에서도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해운 분야 탄소 순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고강도 환경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공급망 안정화 입법이 기업의 참여와 보조금을 유도하는 것이라면 ESG 관련 공급망 규제는 기업의 준수를 의무화하는 성격이 강하다.     

문안과 시행시기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규제도 있지만 대부분은 예고된 일정에 따라 법률과 규제의 시행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처럼 추진 일정이 정해져 있는 공급망 규제에 대해서는 관련 리스크와 기회를 평가하고 치밀하게 대응하여야 한다. 특히 공급망 규제는 비용적인 측면도 있지만 활용 여하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로 연결시킬 수도 있다. 공급망 리스크와 늘어나고 있는 공급망 관련 규제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담 조직을 갖추고 예측이 가능한 공급망 리스크부터 철저히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실시간 모니터링역량도 강화해야

보다 실시간으로 공급망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잠재적인 리스크를 신속하게 파악 것도 중요 하다. 해상 운송에서는 AIS(선박자동식별장치) 데이터를 활용하여 실시간 위치 추적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다. 2023년 IMF와 영국 옥스포드대 환경변화연구소가 공동으로 개발하여 서비스를 시작한 ‘PortWatch’ 플랫폼은 주요 해상 초크 포인트(choke points)와 장애 지점에 대한 일일 선박 통행량과 물동량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홍해 사태로 인한 수에즈 운하 선박 통행량 변화를 제공함으로써 많은 주목을 받았다.

 

3월 26일 볼티모어항 교량 붕괴 후 기항 선박수 변화
3월 26일 볼티모어항 교량 붕괴 후 기항 선박수 변화

(출처 : 물류신문 - PortWatch)

 

매 2년 마다 국가별 물류경쟁력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 세계은행도 2023년 보고서부터 기존 물류 경쟁력 지표(LPI, Logistics Performance Index) 외에 공급망 추적지표를 새롭게 도입하였다. 주요 물류 플랫폼으로부터 수집한 해상 컨테이너 운송, 항공 화물, 국제 특송에 대한 실시간 Tracking 데이터를 이용하여 국가별로 항만 턴어라운드타임, 수출입 화물 항만 체류시간, 특송화물 배송시간 등 시간성과를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실시간 공급망 상황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물류 플랫폼들의 역할과 기여가 매우 중요하며 수출입과 물류 경쟁력과 관련된 서비스 개발에 대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향후 물류 플랫폼을 중심으로 물류산업의 시황을 진단하는 지표 발표주기가보다 단축될 필요가 있으며, 제조업이나 건설업처럼 운임과 물류산업 경기를 전망하고 예측할 수 있는 지수를 개발하여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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