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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서에 이미 모델명이 적혀 있다면, 구매의 협상은 끝난 것이다
  • 구매실무
  • 구매전략
  • 연차무관
  • 산업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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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옷걸이 5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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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요약

구매 성과는 협상 능력뿐 아니라 구매조직이 제품 기획·설계 단계에 얼마나 일찍 참여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조기구매참여(EPI, Early Purchasing Involvement)를 통해 사양 확정 전 원가와 공급시장 정보를 반영하고, 부서 간 협업과 KPI 개선으로 총원가를 관리해야 하는 이유와 실행 과제를 설명합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주제

조기구매참여(EPI) · 구매 전략 · 원가절감 · 구매 프로세스 · 사양 최적화 · 공급업체 선정 · 총원가 관리 · 구매 KPI · 개발구매

금요일 오후 4시, 발주 요청서가 도착한다. 모델명과 사양, 희망 업체가 적혀 있고 납기는 "최대한 빨리"다. 구매가 할 수 있는 일은 견적을 받고 협상하는 것뿐이다.

 

한 달 뒤 보고 자리에서 질문이 나온다. "왜 더 못 깎았습니까?"

 

이 질문의 답은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에 이미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협상 기술이 아니라 구매가 언제 불려 오느냐의 문제다.

 

 

1. 원가는 협상 전에 모양이 잡힌다

 

원가가 만들어지는 순서는 무엇을 사든 비슷하다.

 

기획 → 개발/설계 → 사양 확정 → 협력사 선정 → 협상·계약 → 운영

 

기획과 설계 단계에서 제품 원가의 상당 부분(여기서는 대표값으로 70%를 쓴다)이 결정된다는 점은 공학 설계 분야 연구에서 반복해서 확인된다. 비율은 품목마다 다르다. 

 

이 숫자를 구매의 입장에서 계산해 보자. 원가의 70%가 잠겼다고 단순화하면 구매에게 열린 영역은 30%다. 총지출 대비 10% 절감 목표는 남은 30% 중 3분의 1을 걷어내라는 요구가 된다. 

 

이 요구는 구매의 능력과 상관없이 매년 반복된다. 이유는 하나다. 사양을 정하는 사람은 원가를 잘 모르고, 원가를 아는 사람은 사양 결정에 참여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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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구매를 늦게 부르는 회사들의 공통 풍경

 

회사마다 모습은 달라도 네 가지 장면은 놀랄 만큼 닮아 있다.

 

풍경 ①  "이미 결정됐으니 가격만 받아오라"

 

사업·개발팀이 사양을 확정한 뒤 요청서를 내려보낸다. 모델과 사양, 업체까지 적혀 있다. 이 업체에서 견적을 받고 깎는 것이 구매의 일이다.

 

대안 협력사라는 카드가 처음부터 없다. 하나 더 잃는 것이 있다. 비교할 견적이 없으니 절감했다는 근거도 약해진다.

 

 

풍경 ② "긴급이니 빨리 사라"

 

일정이 빠듯해서 사양 검토가 부족한 채 구매로 넘어온다. 원가 분석할 시간도, 복수 업체를 비교할 시간도, 협상 카드를 준비할 시간도 없다. 협력사도 이를 안다.

 

긴급은 구매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대개 앞 단계의 일정 지연이 구매 단계로 전가된 결과다. 그래서 구매팀이 할 일은 야근이 아니라 측정이다. 연간 발주 중 긴급 처리 비율(건수와 금액 모두)을 숫자로 만들어 앞 단계에 돌려줘야 한다.

 

 

풍경 ③ "기술은 우리가, 구매는 가격만"

 

"이 옵션을 빼면 비용이 크게 줄 텐데요."         
"그건 기술 사항입니다."

 

사양이 곧 원가 구조인데, 그 영역에 구매는 들어가지 못한다. 이 대화에서 "빼자"고 말하면 기술과 원가의 대립이 된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 "이 옵션을 넣으면 건당 얼마가 추가되고, 대응할 수 있는 업체가 몇 곳에서 몇 곳으로 줄어드는가?" 이것은 의견이 아니라 사실이다.

 

 

풍경 ④ "사업, 개발, 재무, 구매가 따로 만난다"

 

사업본부는 매출과 일정을 본다. 개발은 규격을, 재무는 예산을, 구매는 단가를 본다. 같은 프로젝트를 다루면서 각자 다른 숫자로 평가받는다.

 

이 구조의 진짜 문제는 어느 부서의 KPI에도 프로젝트 총원가가 없다는 점이다. 총원가를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구매는 마지막에 불려 와 총원가가 아닌 단가 하나를 책임지게 된다.

 

물품 발주의 어휘로 썼지만 공사와 용역에서는 더 깊게 나타난다. 입찰 공고가 2주 남았을 때 구매가 불려 오고, 용역은 사업부서가 업체를 사실상 정한 뒤 형식만 발주로 내려온다. 물품에서 늦으면 원가를 놓치지만, 공사·용역에서 늦으면 법적 리스크와 실비 누수가 이미 정해진 뒤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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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PI: 구매의 성과 시점을 사양 회의로 옮긴다

 

EPI(Early Procurement Involvement, 조기 구매 개입)는 구매가 발주를 집행하는 조직에서 사양과 조달 조건을 함께 정하는 조직으로 바뀌는 것이다.

 

제도 설명은 길지만 시작은 의외로 단순하다. 사양 회의에 한 장을 들고 가는 것이다.

 

옵션건당 원가기능 차이대응 가능 협력사리드타임
A1.2억기준1곳12주
B0.8억미미4곳8주
C1.0억미미3곳10주

(설명을 위한 가정이다.)

 

개발팀은 원가 얘기에는 "기능이 다르다"고 답한다. 그러나 대응 가능 업체 수와 리드타임은 구매가 가진 시장 정보라서 반박하기 어렵다. 이 표의 핵심은 원가 칸이 아니라 협력사 칸이다.

 

같은 표가 협상과 사양 단계의 크기 차이도 보여준다. 같은 사양 안에서 협상으로 5%를 얻으면 큰 성과다. 사양 단계에서 A와 B를 가르는 폭은 33%다.

 

일정도 같은 방식으로 앞당긴다. 사양 확정 전에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일정이면 협상 시간이 6주 부족합니다. 일정을 조정하거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 Case. 

제조 방식을 정하는 단계에서 생산 능력을 확보하다: 애플(Apple)

 

애플은 맥북 상단에 카메라 작동을 알리는 녹색 점을 넣으려 했다. 금속 케이스로는 빛이 통과하지 않는 문제였는데, 제조·소재 전문가 팀이 맞춤형 레이저로 육안으로 거의 보이지 않는 구멍을 뚫는 방법을 찾았다.

 

이를 대량으로 적용하려면 대당 약 25만 달러짜리 장비가 수백 대 필요했다. 애플은 공급사와 독점 계약을 맺어 이를 확보했다.

 

핵심은 장비 가격이 아니다. 제품이 완성된 뒤에 산 것이 아니라 제조 방식을 정하는 단계에서 생산 능력을 먼저 확보했다는 점이다. 늦게 들어오면 굳어진 조건 안에서 협상하고, 일찍 들어오면 그 조건을 함께 만든다.

 

[출처 : Satariano, A. & Burrows, P. (2011), "Apple's Supply-Chain Secret? Hoard Lasers", Bloomberg Business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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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런데 왜 실행이 안 되는가

 

EPI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세 가지 있다.

 

① 권한

개발팀에게 구매의 사양 회의 참석은 권한 침범으로 느껴진다. 기술적으로 옳은 주장만으로는 넘지 못한다. "구매는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다"는 것이 회사의 룰로 선언되어야 한다.

 

② 신뢰 

개발팀이 구매의 숫자를 믿어야 한다. 신뢰는 화술이 아니라 데이터에서 나온다. 데이터 없는 구매는 계속 늦게 불리는 부서로 남는다.

 

③ 시간 

제도와 데이터가 갖춰지는 동안에도 KPI는 연간 절감액을 요구한다. EPI 적용률 같은 지표를 절감액 옆에 함께 두지 않으면 EPI 구축은 계속 밀린다.

 

 

마치며

 

같은 사람이 같은 시장에서 일해도, 구매가 어느 시점에 결정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결정 후에 들어오면 협상 기술을 아무리 키워도 비용 부서에 머문다.

 

다음 세 질문에 답해 보자.

  1. 기획/설계 회의에 구매가 정식 멤버로 참석하는가, 결정 후 통보받는가?
  2. 지난 1년간 구매의 이의 제기로 사양이 실제로 바뀐 사례가 있는가?
  3. 한 담당자의 끈기로 만든 성공을 제도로 전환했는가?

 

세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한다면, 그 회사의 구매는 아직 결정 후 조직이다. 

이 세 질문을 경영진 보고 자료로 써 보시기를 권한다. 

 

구매의 개입 시점은 구매팀의 바람이 아니라 경영진의 의사결정 항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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