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8413850
공급망 인플레이션 시대의 생존법 - 단가 인상 요청 현황 분석부터 내부 품의까지
  • 구매실무
  • 구매전략
  • 연차무관
  • 산업공통
24 0 0
  • 0

당신의 품의서는 몇 번이나 반려되었습니까

 

구매 담당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단가 인상 품의서를 올리는 일이 협력사와의 협상보다 더 힘들 때가 있다는 것을. 협력사 앞에서는 수치와 논리로 맞섰는데, 정작 내부에서는 "왜 올려줘야 하냐"는 한마디에 막혀버리는 경험. 그 허탈함이 이 글을 쓰는 출발점입니다.

 

지금 구매 담당자들이 처한 구조는 이전과 다릅니다. 원자재, 물류비, 환율, 인건비가 제각각 움직이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이 요인들이 동시에, 그것도 구조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물가 사이클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지정학적 갈등으로 재편된 물류 경로, 에너지 전환 수요가 촉발한 비철금속 공급 부족, 고환율의 장기화. 이 조합이 공급망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충격'이 아닌 '뉴노멀'로 만들고 있습니다.

 

문제는 경영진이 이 맥락을 구매팀만큼 체감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품의서가 반려됩니다. 

"조금 더 버텨봐라", "다른 데서 소싱 못 하냐", "작년에도 올려줬잖아."  …

이 반응들은 악의가 아닙니다. 구매팀이 제공한 정보가 부족한 탓입니다. 결국 이 싸움은 두 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치러져야 합니다. 협력사 앞에서는 요청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협상하는 것, 경영진 앞에서는 시장의 현실과 구매팀의 노력을 설득력 있게 보고하는 것. 이 글은 그 두 전선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실무 가이드입니다.

 

 

요청을 분류하지 않으면 협상도 보고도 없다

 

8424076

수십 개의 단가 인상 요청서가 쌓였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협상이 아닙니다. ‘분류’입니다. 모든 요청을 동일한 무게로 다루는 것은 가장 흔하고 치명적인 실수입니다. LME 구리 가격이 1년 새 30% 뛴 것을 근거로 올리는 요청과, 별다른 근거 없이 관행처럼 올리는 요청을 같은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협상도 엉키고 보고도 설득력을 잃습니다. 분류가 먼저입니다.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기준은 다음 네 가지입니다.

 

① 원자재 직접 연동형

LME, Platts 등 공신력 있는 글로벌 원자재 인덱스와 요청 인상률의 정합성이 확인되는 경우. 이것은 '협력사의 요구'가 아니라 '시장의 신호'입니다. 인상 자체를 막으려 하기보다 반영 폭과 시기, 그리고 시황이 꺾일 때 단가도 함께 내려오는 조항을 계약에 넣는 데 협상 에너지를 집중해야 합니다.

 

② 가공비·물류비·인건비 상승형

거시 지표를 근거로 제시하지만, 협력사 자체의 생산성 향상이나 공정 개선으로 일부 상쇄 가능한 여지가 있는 유형. 원가 구성 내역 자료를 제출받아 항목별 비중을 해부하고, "시장 상승분에서 귀사의 내부 효율화 기여분을 차감하면 실질 인상 근거는 얼마냐"는 질문으로 협상 범위를 좁히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③ 독점·단일 소싱형

대체 소싱이 단기간 내 불가한 품목. 협상 레버리지가 구조적으로 약한 만큼, 단가는 전략적으로 수용하되 납기 단축, 장기 계약 및 단가 동결, 우선 공급 보장 등의 반대급부를 구조화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동시에 이번 인상을 계기로 대체 공급사 발굴을 내부 공식 과제로 올려야 합니다.

 

④ 근거 불충분·기회주의형

시황 지표와의 연동성이 낮거나 동종 업계 대비 요청률이 현저히 높은 경우. 원가 구성 내역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근거가 미흡하면 반려하십시오. 이 유형을 얼마나 단호하게 걸러내느냐가 나머지 유형의 협상 여력을 결정합니다.

 

 

분류가 끝나면 보고 자료의 절반은 완성된 것입니다. 경영진에게는 수십 개 업체 목록이 아니라, 이 네 가지 유형별 건수와 금액, 처리 방향을 한눈에 보여주는 요약 테이블 한 장이 훨씬 강합니다.

 

분류

해당 협력사 수

요청 금액 (연간)

처리 방향

1. 원자재 연동형

N개사

X억 원

조건부 수용

2. 가공비·물류비형

N개사

X억 원

부분 수용·협상

3. 독점·단일 소싱형

N개사

X억 원

전략적 수용

4. 근거 불충분형

N개사

X억 원

방어·반려

합계

N개사

X억 원

 

 

 

경영진이 서명하게 만드는 품의서의 구조

 

8424072


분류와 협상이 끝났다면, 이제 내부 설득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많은 품의서가 실패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경영진이 읽고 싶은 것을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영진이 단가 인상 품의서를 받을 때 마음속에서 던지는 질문은 세 개입니다.

 

"왜 지금 이게 불가피한가?"      
"구매팀은 막기 위해 뭘 했는가?"      
"이 비용, 앞으로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

 

이 세 질문에 순서대로, 명확하게 답하는 것이 품의서의 전부입니다.      
 

 

첫 번째 질문, WHY 

왜 불가피한가?


"최근 원자재 가격이 올랐습니다"는 설명이 아닙니다. LME 구리 가격의 전년 동기 대비 변동률, 해상 운임 지수의 추이, 원/달러 환율 흐름 등 공신력 있는 지표를 근거로 제시하고, 이것이 당사 제조원가와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숫자로 담아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수용하지 않았을 때의 리스크를 병기하는 것입니다. 인상을 거부해서 공급이 중단될 경우 예상되는 라인 정지 손실액을 추정해 함께 제시하면, 경영진의 프레임이 "비용 증가 승인"에서 "리스크 방어 결정"으로 전환됩니다. 이 전환이 서명을 이끌어냅니다.

 


두 번째 질문, WHAT

구매팀은 무엇을 했는가? 


이것이 품의서에서 가장 많이 빠져 있는 동시에, 가장 강력한 설득 요소입니다. 최초 협력사 요구율과 최종 타결률을 나란히 제시하고, 그 차이가 지켜낸 금액을 연간 기준으로 환산해 명시해야 합니다. "왜 올려줬냐"는 질문을 "이 정도면 잘 막았다"는 평가로 바꾸는 것, 이 한 장의 표가 그 역할을 합니다.

 

 

최초 요구율

최종 타결율

방어율

방어 금액 (연간)

1. 원자재 연동형

9.20%

4.80%

48%

약 X억 원

2. 가공비·물류비형

7.50%

3.10%

59%

약 X억 원

3. 독점 소싱형

6.00%

5.50%

8%

약 X억 원

합계

8.10%

4.20%

48%

총 X억 원

 


세 번째 질문, HOW 

이 비용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


이번 인상이 끝이 아니라 출발점임을 보여주는 것이 마지막 단계입니다. 저는 보통 세 가지 트랙으로 구성합니다.


① 단가 인하 조항 명문화

인상을 수용하는 계약에 "시황이 내려가면 단가도 내려온다"는 조건을 명시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원자재 지수가 기준 수준 이하로 일정 기간 유지될 경우 단가를 재조정하는 공식을 계약서에 못 박는 것입니다. 올릴 때는 빠르고 내릴 때는 느린 구조를 계약 단계에서 차단하는 장치입니다.      
 

② 사양 및 공정 최적화

인상이 수용된 품목 중 구조적으로 원가를 낮출 여지가 있는 품목을 선정하여 협력사와 함께 소재 변경, 형상 최적화, 공정 통합을 추진합니다. 이번에 올라간 단가를 설계와 공정 단계에서 다시 낮추는 작업입니다. 착수 일정, 대상 품목, 목표 절감액을 Action Plan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③ 대체 공급사 발굴

대체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품목에 한해 대체 공급사 개발을 공식 과제화합니다. 개발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레버리지가 생기지 않지만, 개발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협력사에 대한 중장기 견제 신호입니다. 후보사 접촉 현황, 샘플 승인 일정, 양산 전환 목표 시점을 함께 명시해야 합니다.

 

 

품의서 한 장이 구매팀의 위상을 바꾼다


단가 인상 품의서를 올리는 일을 많은 구매 담당자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제시한 흐름으로 구성된 품의서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용을 올려달라는 요청이 아니라, 공급망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낸 팀의 보고서가 됩니다. 그 차이가, 단순한 단가 협상 담당자와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를 가릅니다.

 

줄.png

 

이 주제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시면 더 발전된 컨텐츠로 보답하는 바이블이 되겠습니다🎉

 

▶ 해당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 바이블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해당 콘텐츠는 사전 동의 없이 2차 가공 및 영리적인 이용을 금하고 있습니다.

작성 칼럼 전체보기

만족스러운 책갈피 | 문돈영 칼럼니스트

화학물질 제조, MRO/물류, E-commerce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의 구매 경험을 바탕으로, 디스플레이 제조업에서 구매와 기획 업무를 담당하며 전략과 방향을 나눕니다.
Display 제조 원부포자재 구매

더 많은 인사이트를 얻고 싶다면?

지금, 바이블에 로그인하고,
모든 콘텐츠를 무료로 확인하세요!

로그인 회원가입
현업 구매담당자의 인사이트가 매주 업데이트 돼요.
4천여명의 구매담당자와 함께 소통할 수 있어요.
환율,원자재 등 글로벌 데이터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