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조금 마음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려합니다. 지난주, 첫 직장 동료로부터 믿기 힘든 소식을 접했습니다. 제가 10년 간 청춘을 바치며 지금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첫 직장이 결국 폐업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최근 경기 불황과 산업 침체로 좋지 않은 루머는 무성했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간 한 분야의탑 티어(Top Tier)로 군림했던 조직이 사라진다는 사실에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물론 폐업에는 복합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구매팀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매인의 관점에서 ‘만약 그때 우리가 이랬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정과 함께, 우리가 얻어야 할 인사이트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Resilience(회복 탄력성):
불량 속에서 가치를 발견했다면
저희 회사는 '특수 알루미늄'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곳이었습니다. 일반 알루미늄보다 단단하면서도 끈질긴 연성(Ductility)을 갖춘 소재였죠. 하지만 이 소재를 다루는 공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파이프 형태를 만드는압출(Extrusion)1)공정에서 긁힘이나 주름 같은 외관 불량이 발생해 무려 30%에 달하는 손실(Loss)이 발생하곤 했습니다.
비록 원가 구조에 이 손실분이 반영되어 있었다고는 하나, 이는 결국 수익성 악화의 고질적인 원인이었습니다. 어느 날 길을 걷다 가로수의 거친 껍질과 주름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나무의 주름을 결함이 아닌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이는데, 왜 우리 제품은 안 될까?”
만약 그때 구매팀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표면의 긁힘을 오히려 자연스러운 질감(Natural Texture)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특수 표면처리 외주 파트너사를 발굴했다면 어땠을까요? '불량'을 '디자인'으로 재정의하는 역발상을 통해 불량률 감소는 물론, 원가 절감과 제품 차별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1)압출(Extrusion)이란?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밀가루 반죽 뭉치를 구멍이 뚫린 틀에 밀어 넣어 길쭉한 가래떡으로 뽑아내는 과정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 금속이 틀을 통과하며 표면에 미세한 상처나 주름이 생기곤 합니다.
'공용화'는 조직 전체의 숙제다
저희는 고객사의 요청에 맞추는 OEM과 우리가 직접 설계하는 ODM 방식이 공존했습니다. 핵심 부품은 공용으로 쓰되 외관은 고객사마다 다르게 가져가는 구조였죠.
사건은 한 업체가 기존의 '사출(플라스틱) 커버'를 '메탈 재질'로 바꿔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사출 부품으로도 기능상 문제가 전혀 없었고 이미 대규모 금형 투자까지 마친 상태였지만, 한 곳의 요구를 수용하자 다른 업체들도 줄줄이 메탈을 고집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기존 사출 커버 수만 개는 그대로 악성 재고가 되었고,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 금형은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이때 구매팀이 원가 차이를 더 강하게 어필하고, 연구소가 품질의 정당성을 증명하며, 영업팀이 부품 공용화의 가치를 지켜냈다면 어땠을까요? 부품의 파편화를 막지 못한 대가는 뼈아픈 재고 부담과 유동성 악화로 돌아왔습니다.
마치며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입니다. 위기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현재의 개선점을 빠르게 인식하여 미래에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게 대비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기업의 자원을 관리하는 구매팀의 역할이 더 깊숙이 들어가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독자 여러분 중 미래의 경영자를 꿈꾸거나 현재 사업을 이끄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과거와 현재에 대한 냉철한 진단을 통해 더 성장하는 미래를 설계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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