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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 44일차, 당신의 포장재는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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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USB 15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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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엽님, 이 단가는 4일간 유효한 견적입니다.”

“팀장님, 잠시만요… 얼마라구요? (계산기를 빨리 두드린다. 소리가 나지 않을 만큼) 원료 잡아 주세요! 지금 바로 발주서 드리겠습니다!”

 

미국-이란 전쟁 2주 차, 역삼동의 한 사무실에서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미국은 이란과 전쟁 중이지만, 한국의 구매인들은 지금 포장재와 전쟁 중입니다. 오늘은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포장재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겠습니다. 또한 이러한 위기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1.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유가 폭등

 

① 현 시간 부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핵무기 개발 저지’를 명분으로 이란을 선전포고 없이, 선제 공격하며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즉시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 측에서 VHF 무선 주파수로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금지한다”는 방송을 송출하였습니다. 당시 저는 이 내용을 뉴스로 보고 있었는데요, 솔직히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석유 가격이 조금 오르겠군. 어제 주유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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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이미지는 AI 기반으로 제작된 콘텐츠로, 실제 방송 및 인물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대수롭지 않은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데 5일이 걸렸습니다. 5일간 WTI 선물 기준 유가가 38% 올랐거든요. 배럴당 65달러 하던 유가는 90달러까지 올라 100달러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유가 100달러는 저의 심리적인 저항선이었습니다. 

 

2022년 상반기, 코로나 앤데믹 당시 유가가 100달러는 넘었을 때 모든 공급사에서 인상 공문을 보내기 시작했거든요.     
 

❗여기서 잠깐

한국은 실무적으로 두바이유를 많이 사용하는 왜 미국 내수용으로 쓰는 WTI유를 언급하나요?

 

☞ 한국이 두바유를 주로 사용하는 건 맞지만, 저는 트렌드를 볼 때 서부텍사스유(WTI)를 참고합니다. 이유는 WTI유는 글로벌 투자, 선물 거래로 인하여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두바이유는 실물 계약 기반이기 때문에 시장의 변동성이 반영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WTI유와 두바이유의 상관관계는 0.80~0.95로 매우 높습니다. 이하 본 글에서의 유가는 WTI유를 의미합니다.

 

 

② 역대급 변동성, 진짜 같은 가짜 뉴스, 가짜 같은 진짜 뉴스

 

이란의 혁명 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했다고 합니다. 유가가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미국에서 이란의 수뇌부와 협상이 끝났다고 선언합니다. 유가가 진정되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미국은 48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하면서 지상군 파병 가능성을 언급합니다.

 

다시 유가가 미친 듯이 오릅니다. 그러던 미국이 이란에게 유예기간을 주겠다고 합니다. 유가가 다소 진정됩니다. 별안간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하겠다고 합니다.

 

종전하나? 기대감에 유가가 조금 더 내려갑니다. 기대와 달리 트럼프는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버리겠다고 합니다. 이때 유가는 최고점(115달러)을 찍습니다. 이 모든 사건은 불과 1달 내에 일어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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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이미지는 AI 기반으로 제작된 콘텐츠입니다.

 

 

#2. 유가 상승은 포장재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

 

① ‘산업의 쌀’ 나프타

사실 석유는 모든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나, 오늘은 포장재에 국한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석유의 정제는 핵심적으로 끓는점의 온도 차이를 이용한 분리입니다. 가벼운 건 위로, 무거운 건 아래로 가는 성질을 이용하여 분별 증류탑에서 석유를 원료로 LPG, 휘발유, 나프타, 등유, 경유, 아스팔트를 생산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산업의 쌀’이라고 부르는 나프타를 중점적으로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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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이미지는 AI 기반으로 제작된 콘텐츠입니다.

 

나프타는 탄소수가 5~10개인 탄화수소입니다. 이걸 800~900도씨에서 “크래킹(고온에서 분자를 쪼갬)”을 하면 기초 유분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에틸렌(C2): LDPE, HDPE, PVC
  • 프로필렌(C3): 용매, 잉크, 소독제, 접착제
  • 부타디엔(C4): 고무

 

이 과정에서 방향족(분자 구조가 육각 볼트처럼 생긴 친구들)도 만듭니다. 유통 포장재 중에서는 스티로폼 박스 원료인 SM(Styrene Monomer)이 대표적인 방향족입니다.

 

 

② 불가항력으로 석화사 가동 중단, 석유화학 제품 생산량 감소

원유 수급 중단이 지속되어 국내에 나프타가 부족해지자, 국내 석화사들은 더 이상 공장을 돌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여천NCC, 롯데케미칼은 일부 공장 가동 중단 및 가동 축소를 선언했습니다. 국내 총 에틸렌 생산 능력이 연간 1,280만 톤, 여수NCC가 228만 톤/년, 롯데케미칼이 233만 톤/년 CAPA를 보유하고 있음을 감안했을 때, 여수NCC+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 CAPA는 국내 총 생산 CAPA의 36%를 차지합니다.

 

결국, 국내 시장은 외생적인 변수로 석유화학 제품 공급이 급진적으로 감소하였고, 유동성이 높은 범용 제품부터 단가가 상승하였습니다.

 

첫 번째 인상 품목은 ‘스트레치 필름’이였습니다. 단기간에 유가가 급등하면 High-end(특수 grade)는 장기계약, 고객 락인 구조로 인하여 시장의 충격을 천천히 흡수하지만, Low-end(범용 grade)의 경우 거래량이 많고 재고를 빨리 소진하기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습니다. 

 

다음 인상 품목은 ‘OPP 테이프’였습니다. OPP 테이프 역시 스트레치 필름만큼이나 범용 제품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요, OPP테이프는 스트레치 필름에 비해 체인 길이가 길었기에 2주일 정도 텀이 있었습니다.

 

  • 스트레치필름(LLDPE): 에틸렌 → LLDPE → 필름 (2단계 체인)
  • OPP 테이프(OPP): 에틸렌 → 프로필렌 → PP → BOPP → 테이프 (4단계 체인)

 

그 뒤 순차적으로 다른 석유화학 제품(LDPE, HDPE, EPP, SM 등)의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포장재의 단가 상승을 전방위적으로 견인하였습니다.

 

 

③ 채찍 효과(Bullwhip Effect)

CPSM에 채찍 효과(공급망에서 작은 변화가 뒤로 갈수록 과장되어 확대되는 현상) 이론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구매자의 수요 예측 실패로 한 번에 과잉 발주를 실행했을 경우, 판매자는 이를 수요 증가로 착각하여 생산량을 더 늘리는 상황으로 설명합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공급량 감소로 인한 채찍 효과는 어쩌면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급 중단 예상, 향후 단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공포는 구매자로 하여금 평소보다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게 만들고 이러한 행위는 단기간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더욱 촉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구매인에게 쇼테이지는 정말 무섭거든요.

 

 

단가는 손해로 끝나지만, 쇼테이지는 매출을 멈추게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틀린 선택’이 아니라 ‘비싼 선택’을 하게 됩니다.

 

 

#3. 바이블의 구매인이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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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돈으로 해결 할 수 있는 이슈와 해결 할 수 없는 이슈를 구분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합니다. 단기간 원료 수급 감소로 인해 단가가 상승한 품목 중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품목이 있다면, 그 품목은 돈을 더 써서 사 와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공급사의 원재료 수급 상황, 가동률 현황, 재고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얼마만큼의 돈을 더 써서 얼마만큼의 제품을 “나중이 아닌 지금” 구매할 것인지 빠르게 결정해야 합니다.     
 

“이 돈을 더 쓰면 수급 이슈가 해결될 것인가? 혹은 언제까지 진정될 것인가?”

“이 돈을 더 쓰고도 수급 리스크가 전혀 개선이 안될 수 있는가?”

 

이를 고민해 보시면 돈으로 해결 할 수 있는 이슈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실 겁니다.

 

 

② 돈으로 해결 할 수 있는 이슈를 돈으로 먼저 해결

돈으로 수급 이슈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지체 없이 실행합니다. 전제 조건은 작금의 상황이 단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보다 수급 리스크가 훨씬 더 큰 상황임을 상급자에게 충분히 설명드려 전사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유통 사업에서의 포장재는, 매출 원가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포장재가 없으면 상품 출고가 안되기 때문에 회사 매출과 직결되어 있는 품목입니다. 

 

따라서 구매 담당자가 판단했을 때 약간 손해 보는 느낌이 들더라도, 지금은 공급사에서 요구하는 대로 맞춰 주시는 게 좋습니다.

 

포장재는 결국 원가 비중이 낮습니다. 작은 비용으로 큰 리스크를 막는 구조입니다.     
 

 

③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이슈는…

혹시 돈이 부족한 게 아닌지 고민해 봅니다. (농담입니다)

 

사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이슈는 구매팀의 손을 떠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석유화학 제품 수급 중단으로 인해 대체할 수 있는 포장재가 있는지, 대체 시 인상 비용은 어느 정도가 되는지 검토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4. 마치며

 

이 글을 작성하는 오늘(2026년 4월 13일)은 이란 전쟁 44일 차입니다. 2026년 4월 7일, 미국과 이란은 2주 간 잠정적 휴전에 협의하여 유가는 다소 진정되어 97달러입니다. (원래는 65달러였습니다.)

 

중재국인 파키스탄은 2주 간 미국과 이란의 원만한 협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한 달간 미국의 행보로 보았을 때,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함부로 미래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누구보다도 이 사태가 빨리 진정되기를 바랍니다. 

 

97달러가 “뉴노멀”이 되지 않기를 기원하며, 지금도 공급사와 씨름하고 있는 전국에 있는 포장재 구매인들을 응원하며 이번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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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USB | 이재엽 칼럼니스트

식품 제조업을 거쳐 현재 유통업계에서 구매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구매란 무엇인지, 좋은 구매를 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함께 알아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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