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원-달러 환율이 1,400원 대를 뚫고 올라 가자 후배가 울상이 되어 소리쳤습니다. 후배는 상품구매팀 소속으로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의료기기를 구매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전 칼럼에서 소개했 듯, 상품구매는 (buy&sell) 타사의 제품을 구매해 자사가 판매하는 방식으로 당사에서 제조하지 않는 제품들을 국내외 회사에서 소싱하고 있습니다.
해외 업체와 구매 혹은 무역을 해보신 분이라면 환율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텐데요,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환율 급등 원인을 살펴보고, 환율 변동 시 슬기롭게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환율이 구매에 미치는 영향
구매인에게 환율 인상은 곧 원가 상승입니다. 해외 업체와 거래는 대부분 달러로 이루어지고, 환율 인상 분 만큼 구매 금액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업체로부터 의료기기 한 품목을 2,000 달러에 사 오는 경우, 환율이 1,300원이면 2,600,000원인데 환율이 1,400원이면 2,800,000원이 되어 구매 금액이 대 당 20만 원이 상승하게 됩니다. 보통 구매 단위가 100대인데 그럼 구매 금액이 200만 원 증가합니다. 열심히 단가 협상해서 1달러 낮춰도 환율이 상승하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국내 업체로부터 구매할 경우에도 업체가 상당량의 해외 원자재를 수입하여 제조할 경우 구매 단가가 인상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환율이 급등하는 시기면, 국내 거래처도 슬그머니 인상된 단가를 제시하곤 합니다. 그들 역시 해외에서 사오는 원자재 금액이 환율 때문에 올라가기 때문이죠.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 원인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치솟은 원인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언론 기사를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 증대와 연준 파웰 의장의 추가 금리 인하 신중론 언급입니다.
한미 관세 협정과 맞물린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수출 비중이 큰 한미 통상에 불확실성이 커지자 좀 더 안정적인 달러 수요가 늘었습니다. 관세 협상이 원만히 해결되기 전까지 강달러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9월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후, 파웰 의장은 추가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고 발언하여 달러 강세를 촉발시켰습니다. 이에 연준의 11월, 12월 추가 금리 인하가 불투명해지면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뚫게 되었습니다.
환율 등락에 슬기롭게 대응하는 방법
저는 원자재 중 재생연 생산 업체에서 납을 구매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해외에서 납을 구매하는데 국제 정세에 따라 단가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납, 구리 등 비철금속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단가가 결정되는데 달러로 거래하다 보니 환율의 영향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때 헷지(Hedge)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습니다. 계약 후 인도까지 3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인도 시점에 납 가격과 환율 변동이 심했습니다. 그래서 금융사와 선물환 거래를 통해 헷지(Hedge) 전략을 구사하여 납 가격 폭락, 환차 손에 대응했습니다.
납은 선물 거래이기 때문에 금융사를 통해 인도 받기 전 납 가격을 결정하였습니다. 주로 계약 일과 인도 일 사이에 납 가격 추이를 살펴 목표가에 왔을 때 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입니다. 환 헷지 전략은 금융사를 통해 계약 시 환율을 고정하는 방법입니다. 주로 거래 금액이 크고, 인도 시점이 많이 늦을 때 사용했습니다.
제 경험 상, 환율 변동은 국제 정세를 항상 예의 주시하며 미리 대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즉, 환율 변동을 미리 예측하여 수급을 조정하는 것입니다. 환율 급등 조짐이 보이면 소요량 보다 많은 물량을 계약하고 인도 일정을 분산하는 것이죠. 또한, 외화 구매 금액이 클 때는 수급 조절과 헷지 전략을 적절히 병행하면 오히려 환차익을 볼 수도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
구매 담당자라면 항상 국제 정세에 관심을 갖고 원자재, 유가 등의 변동을 주시하면 좋겠습니다. 각 원자재 별로 몇 년 치 가격 추이를 살펴보고, 급등할 때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급락할 때는 어떤 일이 있었는 지를 직접 파악해 보세요. 원자재, 환율이 크게 변동하는 원인들을 두루 살펴본다면, 국제 정세의 흐름 속에서 미리 대응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의 돌발 행동을 주시하여 안정적인 수급과 원가 절감을 동시에 잡을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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