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라면 단순한 질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글로벌 공급망 현장에서는 이 질문 하나가 수익을 뒤집고, 시장 진출을 막고, 회사의 존속까지 위협하는 카드가 되어버렸습니다. 미국이 고율의 관세를 확정하면서, 단순히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 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시대가 왔습니다. 원산지 판정과 증명 관리가 기업 전략의 최전선에 올라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1. 미국이 보는 원산지 판정의 공식
미국 관세청(CBP)은 원산지 판정에서 크게 두 가지 기준을 적용합니다.
① 비특혜 원산지(Non-preferential Origin)
법적 근거 : 19 U.S.C. §1304(원산지 표시), 19 CFR Part 134
기준 : 실질적 변형(Substantial Transformation)
판정 포인트는 단순합니다. 아래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려보면 실질적 변형 여부에 대한 판단이 될 것입니다.
① 제품의 이름, 성질, 용도가 바뀌었는가?
② 중간재가 최종재의 본질적 성격을 이미 내포하고 있지는 않은가?
③ 단순 조립(Assembly)에 불과하지는 않은가?
CBP 판례에 따르면, 단순한 나사 체결이나 포장으로는 원산지를 바꿀 수 없습니다. 반면 원재료가 화학적·기계적 공정을 거쳐 새로운 특성을 가진 제품으로 변했다면 실질적 변형으로 인정됩니다.
② 특혜 원산지(Preferential Origin)
법적 근거: 19 CFR Part 10, 한·미 FTA(HTSUS General Note 33)
판정 방식: 품목별 원산지 규정(PSR)에 따라
타리프 시프트(Tariff Shift) : 부품의 HS Code가 규정된 방식으로 바뀌었는지
부가가치 기준(RVC, Regional Value Content) : FTA 체결국(한·미) 내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35~45% 이상인지
예를 들어 자동차 부품은 HS Code 변화와 RVC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FTA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미국의 301 보복 관세 같은 추가 관세는 FTA 규정이 아니라 비특혜 원산지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FTA 원산지 증명서가 있더라도, CBP가 실질적 변형이 중국에서 일어났다고 본다면 그대로 중국산으로 간주됩니다.
2. 현장에서 반복되는 착각들
① “60% 한국산이면 MADE IN KOREA”라는 착각
CBP는 단순 비율이 아니라 본질적 변형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원가의 70%가 한국에서 발생했더라도 조립 수준이 단순하다면 원산지는 중국으로 판정될 수 있습니다.
② 최종 조립 = 한국산?
중국에서 생산된 핵심 부품을 한국에서 단순 조립한 IT 기기는 한국산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반도체 웨이퍼를 한국에서 도핑·식각·패키징까지 거쳐 최종 칩으로 만든 경우는 한국산으로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③ 모델별 관리의 부재
같은 제품군이라도 생산라인이나 공급망 구조에 따라 원산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일괄적으로 한국산으로 신고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세관 감사 시 추징금과 벌과금은 물론 고객의 신뢰까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3. 공급망을 관리하는 구매담당자가 챙겨야 할 것들
① BOM 기반 원산지 관리 체계
부품 단위 원산지를 등록하고, ERP·MDM과 연동해 모델·로트별 자동 판정이 가능해야 합니다.
② FTA 증명 프로세스 강화
협력사 원산지 확인서를 단순히 모으는 데 그치지 말고, 정기적으로 샘플 검증과 현장 실사를 병행해야 합니다.
③ 리스크 시나리오 설계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제품군은 301 관세를 가정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베트남·멕시코 등 대체 공급망 옵션을 준비해야 합니다.
④ 사내 인식 제고
구매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영업, 물류, 품질까지 전 부서가 “원산지 관리 = 리스크 관리”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합니다.
4. 마치며
이제 원산지는 단순한 라벨이 아닙니다. CBP의 기준에 따라 한국산이 될 수도, 중국산으로 낙인 찍힐 수도 있습니다. 전자는 기회, 후자는 리스크입니다. 구매와 공급망 관리자의 역할은 더 이상 단순히 “싸게, 제때 사오는 것”이 아닙니다. 국제 규범과 CBP 판례를 이해하고,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를 구축해 회사의 관세 리스크를 차단하는 전략가여야 합니다.
이 주제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시면 더 발전된 컨텐츠로 보답하는 바이블이 되겠습니다🎉
▶ 해당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 바이블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해당 콘텐츠는 사전 동의 없이 2차 가공 및 영리적인 이용을 금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