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내와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코스트코에 갑니다. 누군가는 코스트코의 대용량 상품이나 연회비를 부담스러워 할 수 있지만, 저는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부터 10년 간 꾸준히 코스트코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유통사의 구매담당자로서 바라보는 코스트코는 단순한 장보기 공간을 넘어, 선망의 대상이자 연구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제가 “개인적으로” 코스트코에 열광하는 이유를 이야기하며, 그 안에서 우리가 고민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힌트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고객으로서, 실패하지 않는 선택의 즐거움
예전에는 코스트코에서 대용량 공산품(생수, 햇반, 휴지, 주류)등을 샀습니다. 이러한 공산품들은 어디서 구매를 해도 품질이 일정하고 대개 소비기한이 길어 오랫동안 보관하며 사용할 수 있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LED 스탠드, 도시락 통, 여행용 캐리어, 심지어 평상복까지 생활 전반의 다양한 품목을 코스트코에서 구매합니다. 항상 계획적인 소비를 하는 것은 아니다 보니, 어느 날은 영수증이 허리에 감아도 남을 만큼 길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많이 사면 싸다.”는 단순한 논리를 넘어, 코스트코의 선택 설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스트코는 고객이 고민하지 않게 끔 합니다. 샴푸로 예를 들자면 코스트코는 수 십 가지의 종류가 아니라, 딱 2~3가지의 샴푸만 진열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형마트에 가면 성분, 가격, 향, 용량을 비교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요하지만(사실 이 과정을 즐기기도 합니다), 코스트코에서는 그냥 집어 들면 됩니다.
“이 정도면 실패하지는 않겠지.”
10년간 쌓인 신뢰─ 그것이 코스트코가 주는 첫 번째 가치입니다. 즉, 고객은 ‘고르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을 얻고, 그것이 반복되면 ‘믿고 사는 습관’이 됩니다.
#구매담당자로서, 기획된 효율의 구조
구매인의 시선으로 보면, 코스트코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효율을 설계하는 조직입니다. 그들은 공급가를 의도적으로 낮추기 보다는, 비용 구조를 뜯어고쳐 총 원가를 낮추는 전략을 취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드 수수료 협상 방식입니다.
과거 코스트코는 삼성카드 단독 결제 시스템을 유지하다가, 최근에는 이를 현대카드로 전환했습니다.
일반 유통채널이라면 카드사 간 경쟁을 유도해 고객 편의를 추구하는 반면, 코스트코는 단일 카드사와의 독점 계약을 통해 수수료를 대폭 인하했습니다. 이 인하폭의 일부는 고객에게도 환원되니, 불만도 적습니다. 이는 단순한 결제 방식 변경이 아닙니다. 결제 수단조차 구매조건처럼 협상 대상으로 고려하는 전략적 사고입니다.
이는 우리가 협력사를 대할 때의 전략과도 유사합니다.
‘여러 공급사를 두고 가격 경쟁을 시킨다.’는 프레임을 넘어서,
‘특정 파트너와 협력의 구조를 설계해 원가를 낮춘다.’는 관점으로 전략을 취할 수 있습니다.
#조직 현실의 한계, 그리고 질문
물론 코스트코의 전략을 모든 조직에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구매 요청자는 각자의 니즈를 가지고 있고, 새로운 품목군은 끊임없이 추가됩니다.
또한 온라인 유통에서는 가격 비교 사이트라던가, 리뷰 점수가 고객 판단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단순화된 SKU나 협상 독점 전략이 언제나 먹히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구매 실적은 여전히 원가 절감 수치로 평가받습니다. 전년비 절감 실적, 사전품의 대비 절감 실적, 사업계획 대비 절감 실적—이 지표 속에서 코스트코의 '기획된 효율'은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