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좋은 구매란 무엇인지, 좋은 구매를 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여러 주제로 칼럼을 기고했습니다만, 결국 우리는 원가절감을 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적어도 우리가 속한 조직에서는요)
또한 우리는 피고용자로서 스스로의 성과를 입증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받는 임금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의무도요)
그렇다면 우리의 원가절감 실적은 어떻게 평가받을 수 있을까요? 저는 몇 개의 회사를 거치며 다양한 평가 방법을 경험하였는데요, 오늘은 실제 구매부서에서 사용하는 ‘실적 평가 방법’을 살펴보고 각각의 특성과 장∙단점에 대하여 담백하게 써보겠습니다.
#1 직전보다 싸게 샀는가?
(계약 단가 – 직전 단가) × 구매 수량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해당 계약을 통해 구매 담당자가 절감한 금액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 보통 구매 품의를 작성할 때 사용합니다. 다만, 직전 단가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경우 실적이 과대계상 될 수 있어 사후 실적 평가 지표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2 작년보다 싸게 샀는가?
전년 기준은 많은 구매부서에서 사용하는 평가 기준입니다. 그러나 이 기준도 어떤 “전년 가격”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집니다.
비교 기준
산식
특징
전년 동월 단가
(계약 단가 – 전년 동월 단가) × 구매 수량
계절성 품목에 적합. 1년간 실적 유지 가능
전년 12월 단가
(계약 단가 – 전년 12월 단가) × 구매 수량
예산 연계에 용이. 단기 시황 반영 위험 존재
전년 평균 단가
(계약 단가 – 전년 평균 단가) × 구매 수량
가중 평균 기준 사용. 실적 왜곡 가능성 존재
전년 동월 단가 대비
계절에 따라 성수기/비수기가 존재하는 사업의 경우 전년 동월 단가를 기준으로 활용합니다. 특정 달에 단가 인하가 발생하면 해당 실적은 1년간 유효합니다. 1년이 지나면 계약 단가와 전년 동월 단가가 같아지기 때문이죠.
전년 12월 단가 대비
연초 예산과의 연계성, 실적 집계의 명확성 측면에서 선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사 기준 단가를 통일하여 실적 보고와 비교를 단순화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연말 단가가 시황의 일시적 상승 혹은 하락에 영향을 받은 경우 실적 괴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년 평균 단가 대비
단기 시황 변동을 고려하여 가중평균 방식으로 산출한 전년 평균 단가와 비교합니다. 가중평균은 해당품목의 전체 매입금액을 전체 매입 수량으로 나눕니다. 주식에 있는 평단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빠릅니다. 실적 괴리를 막기 위해 사용하는 평균 단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평균 단가는 소수점 자리로 표현되는 가상(?)의 단가 개념이라 또 다른 실적 괴리를 유발할 수 있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다 좋습니다. 좋은데요. 이러한 평가 방식은 한 가지 전제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모든 품목이 영원히 싸질 수는 없다.”
원자재 시황, 환율 변동은 차치하더라도, 화폐는 지속적 생산을 통해 가치가 하락하는 상품입니다. 화폐가치 하락은 공급가 상승을 수반하기에 우리는 또 다른 평가 방식을 생각하게 됩니다.
#3 계획보다 싸게 샀는가?
비교 기준
산식
특징
사전품의 단가
(계약 단가 – 사전품의 단가) × 구매 수량
예산 기준. 품의 누락 실적 인식 불가
사업계획 단가
(계약단가 – 사업계획 단가) × 구매 수량
자의성 우려 존재. 사업계획 수립 역량 중요
인상요구 단가
(계약단가 – 인상요구 단가) × 구매수량
실질 인상 회피 기여분. 기준 정의 필요
사전품의 단가 대비
정해진 예산 안에서 얼마큼 싸게 샀는지를 평가합니다. 이와 같은 경우, 별도의 부서에서 예산을 책정하게 되는데요. 같은 계약 단가 일지라도 사전품의 예산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므로 예산 수립 역량이 중요해집니다. 또한 사전품의 없이 구매를 진행하는 경우 실적을 계상할 수 없습니다.
사업계획 단가 대비
구매부서에서 작성한 사업계획보다 얼마나 싸게 샀는지를 평가합니다. 수립 기준이 자의적이기 때문에 평가 실적에 왜곡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애초부터 좋은 사업계획은 자의적으로 작성할 수가 없습니다. 사업계획 단가 대비 절감 실적을 평가하는 방법은 제가 경험해 본 것 중 가장 합리적이며 체계적인 방법입니다. 작년에 사업계획은 잘 짜셨나요?
지금까지는 원가절감 희망편이었고요. 여기서부터는 원가절감 절망편입니다. 우리가 구매를 하다 보면 급작스러운 시황 변동으로 단가 인상 요청을 받게 되는데요. 이러한 경우, Cost Avoidance(비용 회피) 성과를 측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1,000원에 물건을 납품하던 협력사에서 1,200원을 요구했으나 구매 담당자가 1,100원으로 조정했다면 (1,100 – 1,200) × 구매 수량만큼 절감 실적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실적 평가는 인상 요구의 근거가 명확해야 하며, 조직 내에서 사전 정의된 평가 기준이 있어야겠죠.
마치며.
구매인에게 원가절감을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따라서 단가는 낮출수록 좋지만, 그렇게 나온 절감 실적이 무엇을 기준으로 산출되었는지 설명할 수 없다면, 그 실적은 온전한 의미를 갖기 어렵습니다. 원가절감 실적 평가는 단순히 “얼마나 싸게 샀는가”가 아니라, “어떠한 기준으로 싸게 샀는가”에 대해 누가 들어도 납득할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어야 좋은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아름다운 숫자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시는 구매 담당자분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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