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견적은 구매 업무의 가장 기본이자 전부라고 할 수 있는데요,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찐 구매 고수의 비교 견적 비법을 소개합니다. 저는 휴대폰 부품 업계에서 명망 높은 사수에게 이 비법을 배우고 난 후, 구매 프로젝트에서 웬만하면 상급자의 태클 없이 한 번에 패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초보 시절, 저는 구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많은 업체에 견적 받아 최저가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왠지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았고, 더 싼 업체를 발굴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래서 단가, 납기에 집중하여 여러 업체에 견적을 받아 비교했습니다. 하지만 윗분들에게 보고 하면 항상 2% 부족하다며 핀잔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윗분들에게 항상 칭찬을 받는 사수를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사수가 진행한 여러 구매 프로젝트 자료들을 분석했고,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사수의 리포트는 프로젝트가 크건 작건 상관없이 동일 포맷을 적용하고 있었고, 그 포맷은 바로 TQRDC 였습니다. 즉, 어떤 프로젝트든 TQRDC를 기준으로 면밀히 비교견적하여 최적 업체를 선정했습니다.
이 기준은 단순한 가격 비교를 넘어, 기술력부터 대응력까지 전방위로 평가할 수 있어, ‘왜 이 업체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논리를 세울 수 있게 해줍니다. 이제 각각의 항목이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T (Technology) : 기술력
당사가 필요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평가합니다. 원하는 제품을 만들 기술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비교견적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한 예로, 국내외 행사 대행업체를 선정하는 프로젝트에서 국내는 가능한데 해외 행사는 불가능한 업체는 제외하는 것입니다. 최첨단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 구현 가능한 업체를 찾는 것이 쉽지 않기에 기술력을 갖춘 업체에 많은 배점을 부여하게 됩니다.
Q (Quality) : 품질
구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당사에서 요구하는 사양과 품질 기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비교합니다. ISO9001 등 요구되는 품질 인증을 보유하고 있는지, 불량률 수준은 어느 정도 인지 등 품질 관련 지표를 수치화합니다. 동일 제품을 여러 업체에서 견적할 경우, 품질 점수는 모두 똑같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일 사양의 여러 다른 제품을 검토할 경우, 품질 기준을 정하고 차등화하여 배점합니다.
R (Responsiveness) : 대응력
품질 이슈, 고객 클레임, 긴급 발주 등 위기 상황에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지를 평가합니다. 국제 정세가 급변하거나 국내 경기가 쇠퇴할 때,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입니다. 한 예로, 긴급 상황이 발생하여 사전 공지 없이 긴급 발주 했을 때, 공급 가능한 수량을 측정합니다. 즉, 긴급 상황을 대비해 안전 재고를 많이 보유하는 업체가 높은 점수를 받게 됩니다.
D (Delivery) : 배송
제품 발주 시 빨리 배송해 주는 것도 큰 경쟁력입니다. 따라서 제품이나 서비스가 필요한 시점에 정확하게 배송하는 능력을 비교합니다. 품목에 따라 리드 타임, 정시 납품률, 긴급 대응도 등 여러 항목 중 가장 중요한 항목을 선정해 배점 합니다. 한 예로, 동일 품목에 대한 발주 후 리드 타임이 A업체 7일, B업체 6일, C업체 5일에 대해 차등을 주어 배점합니다.
C (Cost) : 비용
동일 사양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얼마에 공급할 수 있는 지를 평가합니다. 품목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사수 역시 C의 가중치가 가장 높았습니다. 당연히 모든 게 같은 조건이라면 최저가 업체를 선정합니다. 하지만 비용이 아무리 싸더라도 품질이나 납기가 떨어지는 경우, 고민해 봐야 합니다.
추가로, 비용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동일 조건에서 가격을 비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예로, 여행 상품 가격을 검토할 경우, 관광 코스와 식단 등 모든 조건을 일치 시킨 후 단가를 비교합니다. A상품에는 코끼리 트래킹이 포함, B상품은 미포함일 경우 B상품에 코끼리 트래킹 가격을 합산해서 비교하는 것이죠.
이제 저는 TQRDC를 기본으로 하고 +a로 한 두 항목을 추가하여 비교견적 합니다.
한 예로, +a로 재무 건전성을 비교분석하기도 합니다. 구매 금액이 클 경우, 상대 회사의 재무 건전성은 아주 중요한 요인일 수 있습니다. 회사의 신용도 혹은 재무제표 등 재무 건전성을 비교하여 배점합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라도 내일 파산하여 납기를 준수하지 못하면 좋은 업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죠.
글을 마치며…
TQRDC 그거 모르는 구매인이 어디 있어? 구매 제대로 배웠다면 다 알지… 물론 저도 알고 있었지만 실무에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수를 따라 TQRDC 비교견적 포맷으로 표를 만들어 각 항목별 가중치를 부여하고 각 항목을 배점하여 업체를 선정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그랬더니 저도 모르게 다양한 관점에서 견적을 분석하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습관이 되자 저도 사수처럼 윗분들에게 보고하면 항상 칭찬을 받게 되었습니다. 혹시 번거롭다는 이유로 TQRDC 비교견적을 하지 않고 계신다면 내일부터 당장 써먹어 보세요. 이것이 습관이 된다면 비교견적의 달인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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