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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건설자재 통합구매 전문가 허소혜님과의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구매 업무는 단순히 필요한 자재를 발주하는 것을 넘어, 시장의 변동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계약 구조와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명확한 성과를 창출해 내는 핵심 직무입니다.
DL이앤씨 통합구매팀 7년 차로 수십 개 현장의 자재 구매를 전담하며, 집요한 시장 분석과 AI 활용, 그리고 최적의 협상 전략으로 최전선에서 원가 절감과 수급 안정화를 이끌어가고 계신 허소혜님을 만나 현직자의 생생한 실무 이야기와 구매인으로서의 성장 노하우를 들어보았습니다.
프로필 및 직무 소개
Q. 간단한 자기소개와 현재 담당하고 계신 업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DL이앤씨 통합구매팀에서 건설자재 구매를 담당하고 있는 허소혜입니다. 2019년에 입사해 1년간 해외 현장과 현지사업팀에서 근무했고, 2020년부터 통합구매팀에서 구매 실무를 쌓아 왔습니다.
현장마다 자재를 따로 사면 단가도 제각각이고 협상력도 흩어지는데, 이걸 본사에서 묶어 규모의 힘으로 더 좋은 조건을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건설 구매 담당자의 하루 일과는 보통 어떻게 흐르나요?
계약이 어느 단계에 있느냐에 따라 하루가 달라집니다.
저희는 수십 개 현장이 있고 공통으로 들어가는 자재가 대부분이라, 단가계약이나 통합입찰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략적으로 건별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 연초에 1년 계획을 세우고, 아이템별로 언제 계약할지가 월별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 달에 계약해야 하는 품목이 있으면 시장 조사(시황, 공급사 동향, 경쟁사 등)부터 시작해서, 구매전략을 세우고(업체 풀 구성, 신규 협력사 소싱), 보고자료를 작성하고, 보고 후 계약을 체결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앞단일수록 업체 미팅이 많고, 뒤로 갈수록 내부 협의나 자료 작성이 많아집니다.
변수가 많다 보니 매일 아침과 퇴근 전에 그날 업무를 점검하고 다음 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Q. 요즘 원자재 가격 변동이나 고금리·원가 상승 이슈가 큰데, 통합구매 담당자로서 이러한 시장 변동성에 어떻게 대응하고 계신가요?
실제로 올해 중동발 전쟁으로 제가 담당하던 A품목 수급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희 계약 업체는 원재료를 구입해 제조하여 현장에 납품하고 있었는데, 원료 제조사가 국내 2개사라 사실상 갑인 상황이었어요. 물량을 배급하듯 주면서 가격도 급등시켰습니다. "이만큼 줄 수 있는데 받을래? 단가는 일단 받고 월말에 알려줄게" 하는 구조였죠. 납품업체는 우리와 계약이 있으니 물량은 받아야 하는데, 원가가 얼마로 튈지 모르니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납품단가연동제를 체결했습니다. 원료 매입단가 변동에 따라 월별로 단가를 조정할 테니 납기에만 문제가 없게 맞춰달라고 협의했죠. 동시에 현장에서 패닉바잉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러니까 필요하지도 않은 시점에 재고를 쌓으려고 무리하게 납품을 요구하는 일이 없도록 현장별 정확한 소요 일정을 세워 업체에 공유했습니다. 현장 담당자들에게도 관련 내용을 계속 안내했고요. 그 결과 올해 납품으로 인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직무의 매력과 현장 에피소드
Q. 현재 맡고 계신 통합구매 업무의 가장 큰 매력과 보람은 무엇인가요?
품목 담당자로서 주도성을 갖고 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담당자 판단에 따라 기존과 다른 방식을 시도해볼 수 있고, 그 성과가 숫자로 증명되기 때문에 성취감이 분명합니다.
Q. 업무를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큰 성과를 내어 보람찼던 순간과, 위기가 찾아와 식은땀을 흘렸던 순간 두 가지가 떠오릅니다.
먼저 성과 측면에서는 입찰 구조를 개편해 종전 대비 두 자릿수 원가 절감을 달성한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수년간 동일한 협력사 풀로만 입찰을 이어오던 품목이었는데요. 업체 간의 실질적인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세 가지 변화를 주었는데요.
신규 협력사를 적극적으로 소싱해 업체 풀을 확장했고
납품단가연동제를 도입해 원가 변동에 대한 업체들의 부담을 낮추고.
기존 1개사 독점 계약에서 2개사 분할 선정 방식으로 바꾸어 납기 리스크를 줄였습니다.
이는 협력사들이 장기 계약 시 우려하는 가격 변동성과 여러 현장에 동시 납품할 때의 부담감을 정확히 읽고 제도를 설계했기에 가능했던 성과였습니다.
반대로 자재 수급과 계약 과정에서 식은땀이 날 정도로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제조사-대리점-외주업체를 거쳐 현장까지 전달되던 B품목을 제조사 직거래로 바꾸는 개편을 추진했을 때입니다. 유통 구조를 단축하는 과정에서 내부 유관부서들의 반대가 워낙 거세어 '과연 이걸 완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각 부서가 우려하는 지점들을 하나씩 면밀히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객관적인 데이터와 실제 증빙 문서를 담은 단계별 대응 절차서를 만들어 설득에 나섰습니다. 논리적인 근거로 우려를 확신으로 바꾼 결과, 직거래 전환을 성공시켜 중간 유통마진을 제거하고 대폭적인 원가 절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Q. 요즘 AI와의 협업은 필수가 되었는데, 실제 건설 구매 업무 현장에서는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가요?
AI활용은 정말, 여러 군데에 쓰이고 있습니다. 협력사 리스크 모니터링, 업체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한 원가구조 분석과 검증, 각종 보고자료 초안 작성, 엑셀 같은 자료의 오류 파악, 그리고 신규 업체 소싱까지요.
그러나 협업을 계속해서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진위여부를 가리기가 어려웠다는 점인데요. AI가 그럴듯하게 틀린 숫자나 출처 없는 정보를 내놓을 때가 있어서, 원가나 계약처럼 틀리면 안 되는 영역에서는 그대로 쓰면 위험합니다.
그래서 저같은 경우에는 클로드를 쓰는데, '프로젝트' 기능으로 작업 지침을 미리 설정해 둡니다. 하도급법처럼 출처가 있는 건 링크를 표시하게 하고, 반드시 팩트 기반으로 출처를 밝히되 추정해서 작성하지는 말라고 지침을 걸어두는 식입니다.
Q. 협력사와의 상생이나 가격 협상 시 나만의 커뮤니케이션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드릴 수 있는 선에서 정보를 최대한 제공하고, 계약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C품목을 오랫동안 한 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연장해오면, 입찰이 아니다 보니 시장가를 알 수 없어 단가 적정성을 검토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때 동종 타사 담당자와 관계가 좋으면, 우리 계약조건(물량, 현장 위치 등)을 고려한 정확한 견적을 받아볼 수도 있고, 거래 업체가 제출한 세부단가표를 분석할 때 팩트체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커리어 조언 및 비전
Q. 협력사와의 상생이나 가격 협상 시 나만의 커뮤니케이션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건설 구매에서 쌓은 원가·협상 역량을 더 넓은 공급망(SCM)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국내 벤더 위주인데, 앞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관리 쪽으로 넓혀가고 싶습니다.
Q. 구매 업무에서 진짜 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핵심 원칙이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 단계 더 파보는 집요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특허 제품이라 우리만 생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업체가 있습니다. 이때 "특허라니 어쩔 수 없지, 그냥 계약하자"고 넘어가지 않는 거죠. 정말 그런지, 유사한 특허를 가진 다른 업체는 없는지 직접 찾아봅니다. 그 한 번의 확인이 협상의 판을 바꾸기도 하거든요.
구매담당자는 정리되지 않은 비공식 데이터를 접하고, 그걸 직접 가려내 쓸 만한 정보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들은 말을 그대로 믿지 않고 항상 합리적으로 의심하며 한 단계 더 파보는 태도가, 결국 일 잘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큰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Q. 건설사 구매 직무로 커리어를 시작한 후, 향후 다른 산업군이나 타 직무로의 커리어 확장이 충분히 가능할지 현직자로서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루는 아이템만 바뀔 뿐, 구매의 절차와 필요한 역량은 어느 산업이나 같기 때문입니다. 수요를 파악하고, 공급 업체를 조사하고, 견적을 받아 원가가 적정한지 검증하고, 협상해서 계약을 맺고, 납기를 관리하고, 사후 정산까지 가는 흐름은 품목이 무엇이든 똑같습니다. 거기 필요한 원가를 보는 눈, 근거로 설득하는 협상력, 계약과 리스크를 관리하는 능력도 마찬가지고요.
다만 업종별 특성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은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같은 구매라도 가장 신경 쓰는 지점이 다르거든요. 예를 들어 제조업은 똑같은 품질의 부품이 끊기지 않게 들어와 라인이 멈추지 않도록 하는 안정성이 중요하고, 건설업은 원가 검증과 계약·컴플라이언스에 방점이 찍힙니다.
Q. 만약 지금 다시 취준생으로 돌아간다면, 이 스펙 또는 경험만큼은 꼭 만들겠다 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실생활에서 직접 구매담당자처럼 사보는 경험을 해보시길 추천드려요. 예를 들어 A4용지 하나를 산다고 해보죠. 그냥 최저가로 담는 게 아니라 실제 업무처럼 과정을 밟아보는 겁니다. 예산은 얼마인지, 어떤 사양으로 살지 정하고, 공급사와 유통 경로는 어디어디가 있는지 찾아봅니다. 가격을 비교해 최저가를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원가가 대략 얼마일지 추정해 지금 가격이 적정한지까지 따져봅니다. 그리고 원하는 시점에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한 뒤 구매를 결정하는 거죠.
이 과정을 한 번만 제대로 해봐도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훨씬 생생한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실제 구매담당자라면 어떤 점이 어려울까"도 같이 고민해보면 좋습니다. 종류가 너무 많아 사양을 정하기 어렵다거나, 판매 경로가 제한적이라 가격 비교가 힘들다거나 하는 문제를 겪어보고 그걸 어떻게 풀지 생각해보는 거죠. 한 걸음 더 나아가 AI나 자동화를 접목해보면 더할 나위 없고요. 크롤링으로 여러 쇼핑몰의 최저가를 긁어와 자동으로 비교하게 만들어보는 식으로요. 이렇게 직접 부딪혀본 경험은 어떤 자격증보다 설득력 있는 무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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