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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아니라 가동을 지켜라 - 구매담당자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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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위기, 구매담당자는 무엇을 먼저 봐야 할까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인해 우리 구매 담당자들은 공급 관리의 '불확실성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석유 제품 물동량이 사실상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습니다. IEA 자료에 따르면, 전쟁 전 하루 약 2,000만 배럴이 오가던 이 해협의 흐름은 급격히 축소됐고, 걸프 산유국 생산도 하루 1,000만 배럴 이상 줄었습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8달러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위기를 “유가 상승”보다 진짜 문제는 원료의 물리적 이동이 막혔다는 점입니다. 가격은 오르면 내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료가 끊기면 공장이 섭니다. 그리고 공장이 서면, 가격 협상 자체가 무의미해집니다.

 

지금 구매담당자에게 던져진 질문은 단 하나입니다.

 

"우리 공장은 무엇을 못 사게 될 것인가?"

 

한국은 특히 더 직접적입니다. 국내 원유 수입의 약 70%, 나프타 수입의 약 50%가 호르무즈를 경유합니다. 정부가 나프타를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하고 수출 제한에 나선 것은 그 심각성을 방증합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 지금 실제로 흔들리는 원료가 무엇인지, 그리고 예측 불가의 환경에서 구매 전문가가 어떤 전략으로 조직을 지켜야 하는지를 다루고자 합니다.

 

 

지금 흔들리는 원료 5가지


"우리는 원유를 직접 사지 않으니 괜찮다"는 말은 2025년 중동 위기 앞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아래 5가지 원료 계열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이미 국내 제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① 나프타 (Naphtha)           
    - 원유 → 정제 → 나프타 → NCC → 기초유분           
    - 한국 석유화학의 출발점. 글로벌 나프타 수출 흐름 약 120만 배럴/일이 위협받고 있음           
 

② 에틸렌 · PE · PP           
    - 나프타 → NCC → 에틸렌/프로필렌 → 수지류           
    - 포장재·필름·사출품·내장재·케이블 피복 등 BOM에 수지 계열 품목이 있다면 이미 영향권           
    - 중동산 PE 수출은 글로벌의 40% 이상을 차지           
 

③ PET · 포장재 계열           
    - 파라자일렌 → PTA → PET → 용기·필름·섬유           
    - 라면·음료·화장품 용기 등 소비재 전반에 직결           
 

④ LPG · 요소 · 암모니아           
    - 천연가스·원유 → LPG/합성가스 → 비료류·산업가스           
    - 식품·농업뿐 아니라 화학 공정, 산업용 가스, 일부 제조용 부원료까지 파급           
 

⑤ 운임 + 전쟁보험료            
    - 물류비 구조 전반에 내재된 비가시적 원가 → 공급사 인상 협상의 핵심 근거로 부상           
 

 

단가 인상 요청, 숫자로 해체하는 법

 

많은 구매담당자분들께서 현재 공급사 단가 인상 공문을 받고 검토하고, 대응하고 계실 것입니다. 가장 유용한 대응은 "맞다/아니다"의 판단이 아니라, 원가 항목별 증분으로 요청가를 해체하는 것입니다. 감이 아니라 계산입니다.

 

단가 인상 검증 모델 예시 — PE 필름 공급사 40% 요청 사례

아래와 같이 원가 구조와 시황 상승 반영의 결과를 비교해보면 수치적으로 더욱 명료해집니다. 이론적인 수치들이지만, 공급사의 인상 반영 요청가와 비교했을 때 과도한 상승 폭은 제한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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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이미지는 AI 기반으로 제작된 콘텐츠입니다.

 

이 계산을 손에 쥐고 나면 협상에서 해야 할 말이 명확해집니다. 복잡한 논리가 필요 없습니다. 단 한 문장이면 됩니다.

 

"시황 급등은 인정한다. 다만 귀사 요청률은 완제품 원가 기여도를 초과한다. 원재료 비중, 기존 저가재고, 실제 신규 투입분, 물류 할증분을 구분해 재산정하자."

 

 

 

인상을 막지 말고, '인상 승인 조건'을 설계하라


많은 구매조직이 위기 때 범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무조건 인상을 막으려는 태도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물량 부족이 가격 상승보다 더 무섭습니다. 좋은 협상은 "인상 불가"가 아니라 "인상을 주되 무엇을 받느냐"의 문제입니다.

 

① 배정 물량 우선권 - 숫자로 명시할 것

공급사가 우리를 어떤 고객군으로 분류하는지 문서화해야 합니다. "주요 고객 우선 공급" 같은 문구는 무의미합니다. 위기 상황에서의 월 최소 보장물량을 톤 단위, 수량 단위로 명기해야 계약입니다.           
 

 

② 시황 연동 상/하한 조항 - 올릴 때만 적용되는 계약은 계약이 아니다

이번 달 인상을 수용했다면, 다음 달 시황이 꺾일 때 자동 인하되는 공식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합니다. 인상 시에는 시장가를 적용하고 하락 시에는 "협의 후 결정"이라면 그것은 구매사에 불리한 편무 계약입니다.           
 

 

③ 재고 공개 범위 -  정보 비대칭을 허용하지 마라

공급사 창고재고, 원재료 확보일수, 다음 선적 예정일 정도는 주간 단위로 공유받아야 합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데이터가 없는 계약은 사실상 정보 비대칭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투명성 조건이 없으면 위기는 항상 공급사에게 유리하게 작동합니다.

 


④ 긴급 비용 분담 기준 사전 설계 - 출하 직전 협상을 막아라

운임과 보험은 현재 일 단위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긴급 발주·긴급 선적 시 추가 발생하는 항목을 누가 얼마 부담하는지 사전에 정해두지 않으면, 가장 급할 때 협상이 다시 열립니다. 그 협상에서 구매담당자의 협상력은 0에 가깝습니다.

 


대체선 설계는 "서브 벤더 찾기"가 아니다

       
대체선 전략을 말할 때 많은 조직이 "서브 벤더 한 군데 더 찾자"에서 멈춥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위기에서 대체선 설계에서 원산지 변경, 원료 체인 대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2가지를 추가로 동시에 다뤄야 합니다.

 

 

① 사양 대체 — 스펙 고집이 생산을 멈춘다    
지금 구매가 생산·R&D와 함께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정말 그 Grade가 아니면 안 되는가?"를 다시 묻는 것입니다. 포장재, 보호필름, 사출품 일부는 완전 동일 사양이 아니어도 고객 승인 범위 안에서 대체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위기 때는 스펙 고집이 아니라 승인 가능한 대체 사양 리스트가 생산을 살립니다.

 

 

② 계약 구조 대체 — 장기와 스팟을 혼합하라

장기계약만 보면 물량 유연성이 없고, 스팟만 보면 위기 때 가격이 비쌉니다. 기본 물량은 장기계약으로 가격과 공급을 고정하고, 변동분은 스팟으로 유연하게 대응하는 혼합 전략이 지금 국면에서 현실적입니다. 위기는 항상 단일 조달 방식의 취약점을 드러내곤 합니다.

 

 

※ 대체선이 진짜 대체선이 되려면?

①리드타임 확인,  ②추가 원가 계산, ③품질 검증(샘플 테스트), ④고객 승인, ⑤결제 조건 협의, ⑥제재 리스크 검토까지 모두 완료되어야 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미완이면 대체선이 아니라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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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구매의 역할을 묻습니다.

 

"당신의 조직에서, 구매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호르무즈 사태는 언젠가 진정될 것입니다. 해협은 다시 열릴 것이고, 유가도 결국 조정 국면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위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한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당신의 조직은 이 시간을 어떻게 통과했습니까?

 

어떤 구매조직은 이 위기를 '버티는 시간'으로 보낼 것입니다. 공급사의 인상 요청에 끌려다니고, 원료가 끊기면 생산에 사과하고, 대응이 한 발씩 늦는 시간 말입니다. 반면 어떤 구매조직은 이 위기를 '증명의 시간'으로 만들 것입니다. 숫자로 인상을 검증하고, 물량 우선권을 계약으로 확보하고, 대체선을 희망이 아닌 실행 가능한 옵션으로 준비하는 조직입니다.

 

공급망이 흔들리는 시대에, 구매는 기업의 생산과 고객 납기를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입니다. 위기일수록 그 역할이 선명해집니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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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러운 책갈피 | 문돈영 칼럼니스트

화학물질 제조, MRO/물류, E-commerce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의 구매 경험을 바탕으로, 디스플레이 제조업에서 구매와 기획 업무를 담당하며 전략과 방향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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