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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 못 판 매출, 왜 구매가 메워야 할까?
  • 구매실무
  • 연차무관
  • 산업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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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대한 집게 13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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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제조업계에서 구매일을 한 친구와 최근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는 원가 절감 목표를 달성했는데 영업팀에서 영업실적이 저조하다고 구매팀에서 원가를 더 절감하라는 지시가 왔다며 왜 구매인들이 영업팀의 실적까지 메꿔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는 이야기였다.


국내 제조업계에서 구매 직무를 수행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가슴 답답한 순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연초에 세운 원가 절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사를 쥐어짜고, 사양을 변경하고, 신규 업체를 이원화하며 부품당 단돈 1원이라도 절감해 원가절감을 달성했을 때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연간 사업 계획상 판매량 xxx개를 기준으로 'xxx원 절감 달성'이라는 보고서를 상신하면서 이번에도 무사히 넘겼구나 싶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상반기가 지나고 수정 사업계획(수사계) 시즌이 오면 시장 상황이 나쁘다며 영업팀에서 슬그머니 판매 목표를 기존목표에서 반 토막 내는 경우가 있다. 그 순간, 경영진과 팀장은 "펑크 난 2,500원을 다른 아이디어나 추가 원가절감으로 채워오라"며 구매팀을 압박한다. 

 

영업이 못 팔아서 생긴 구멍인데, 왜 메우는 것은 구매의 몫일까? 이 불합리해 보이는 현상 뒤에는 구매 직무가 가진 숙명적인 딜레마가 숨어 있다.

 

 

'노력'과 '결과'의 불일치  
구매의 성과는 기본적으로 아래와 같은 산식으로 계산된다.  
 

구매 절감 성과 = 단가 절감액 × 실제 소요 물량

 

여기서 구매 담당자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오직 '단가 절감액'뿐이다. 시장의 수요, 영업의 판매력, 공장의 가동률에 따라 결정되는 '실제 소요 물량'은 구매가 제어할 수 없는 외부 변수다. 품목당 50원을 깎기 위해 밤새 협상 테이블에서 논리를 펼친 구매 담당자의 '노력'은 100개를 팔든 50개를 팔든 변함이 없다. 하지만 회사의 성과 측정 시스템은 구매의 '노력(단가)'이 아닌, 최종 '결과(총액)'만을 평가한다. 이 구조적 모순이 구매 담당자에게 깊은 무력감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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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관점: 

매출이 꺾이면 '이익률'이라도 사수하라  
억울하지만 경영진의 관점에서 현시점의 위기를 바라보게 되었을 때 영업의 판매 부진으로 매출이 무너지면, 회사는 당장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비용을 줄여 영업이익을 방어해야 한다. 이때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칼을 댈 수 있는 곳이 바로 '구매 원가'일 수밖에 없다.

 

팀장이 구매 쪽에 추가 CR을 요구하는 것은 구매인이 잘못해서가 아니다. 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되니 "가장 돈을 아낄 수 있는 최전선 부서인 구매가 총대를 메고 마진율이라도 극대화해 달라"는 전사적 SOS로 바라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구매팀장이 자신은 윗선에 생색만 낼 요량으로 일을 안 하고 부하직원들에게만 그 책임과 업무를 전가하는 것은 실무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불만을 가질만한 사항이다.  
 

 

구매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생존 전략  
그렇다고 매번 독박을 쓰며 "네, 알겠습니다" 하고 협력사를 다시 쥐어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를 위해 성과 보고의 다변화가 중요한데 보고서를 쓸 때 '물량 감소로 인한 실적 저하'와 '순수 구매 노력으로 인한 실적'을 반드시 구분지어 설명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단가 50원 절감 목표는 100% 달성했으나, 전사 물량 감소(50%)로 인해 외형적 실적이 감소하였다“라는 문구를 지표(KPI) 분석에 명확히 박아 넣어야 구매 담당자 자신의 인사평가를 방어할 수 있다.

 

  • 고정비성 원가 절감 시도: 물량에 연동되는 변동비(부품 단가) 외에, 물량이 줄어도 타격이 없는 고정비성 영역(금형비 네고, 포장재 공용화, 물류비 프로세스 개선 등)에서 실적을 확보해 두는 것을 추천한다.

 

  • 영업과의 연대 책임(KPI 연동) 건의: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기획팀에 건의해 영업의 예측 정확도와 구매의 CR 달성률을 연동시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영업이 무리하게 던진 계획 때문에 구매와 생산이 춤추는 구조를 깨야 회사 전체가 건강해진다.

 

 

마치며, 

매주 대학 단상에 서서 대학생들의 시선으로 구매팀과 SCM(공급망 관리)을 이야기할 때, 필자는 늘 한 가지 비유를 든다. 현대 사회에서 부모의 역할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과거 전통적인 가정을 기준으로 설명하곤 한다.


이 비유 속에서 '영업팀'은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아빠의 역할이고, '구매팀'은 안에서 살림을 꾸리는 엄마의 역할이다. 어느 날 아빠의 벌이가 예전 같지 않아 생활비가 반 토막이 난다면, 엄마는 어떻게든 없는 형편에 살림을 이어가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동네 마트보다 먼 전통시장까지 걸어가 콩나물값 100원이라도 깎아가며 가계를 지켜내던 그 시절 어머니들의 답답하고 서글픈 심정이, 지금 수정 사업계획을 마주한 구매인들의 마음과 깊이 닮아있지 않을까.


결국 기업은 하나의 공동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적이 부진한 영업팀이 자신들의 예측 실패로 인해 구매팀에 부담을 가중시킨 것에 대해 적어도 미안함과 고마움을 가지는 태도다. 그리고 구매팀 역시 이를 단순한 '남의 일'이나 억울한 독박으로만 여기지 않고, 회사의 이익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자부심을 가질 때, 비로소 부서 간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진정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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