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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과 거래하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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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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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USB 3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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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줄거리 요약)

기존 공급사 S는 연대보증 관계에 있던 계열사 H가 기업회생을 신청함으로써 기업 회생 절차를 따라가게 되었다. “그윽한USB”는 처음에는 거래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 했으나, 회생절차의 소요 기간과 회생 절차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수급 리스크를 따져 보고 결국 거래를 종료하기로 한다.

 

지난 시리즈 다시보기 > 

🔗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과 거래하기

 

# 대표와의 마지막 미팅을 요청하다

거래 종료를 결정하기 전에, 저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S사의 영업사원이 아닌 S사의 대표님과 대면 미팅을 요청했습니다. 미팅의 목적은 분명했죠. 회생절차 개시 공문에 적을 수 없었던 세부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 부실 채권의 실질적인 규모가 어느 정도 인지
  •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회생 의지가 있는지
  • 원료 매입~ 제품 공급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리스크와 헷지 가능성
  • 회생 절차의 일반적 사항 외에 구체적 일정과 계획이 있는지
  • 회생에 성공 시 당사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있는지

 

그리고… 이 자리에서 저는 세 번 놀랐습니다.

 

 

1️⃣ 예상했던 것보다 부실 채권 규모가 컸다

S사의 연간 매출과 추정 원가율을 감안했을 때, 현재의 상태로 1~2년 추가 거래해도 현금 흐름이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습니다.

 

당시 S사의 잔여 계약기간은 11개월. 저는 스스로에게 단순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업체와 11개월을 잘 보냈다고 해서, 11개월 뒤 계약을 연장할 수 있을까?”

 

제 대답은 명확했습니다. NO.

 

 

2️⃣ 회생절차의 극복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

대표님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도와주시면 잘 극복해보겠다.” 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극복하겠다."라는 설명은 없었습니다. 

 

회생절차에서는 원료 구매조차 법원의 허가가 필요할 수 있고, 기존 원료 공급사들이 선 결제를 요구하며 조달 리스크가 극대화될 수 있음을 앞서 1편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리스크를 어떻게 헷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오히려 제가 더 적극적으로 제안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3️⃣ 그리고… 대표님의 눈물

미팅을 계속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약간 청문회(?) 비슷하게 되었는데요, 이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S사를 끌고 갔을 때 생길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따져봐야 했고, 제가 납득이 되어야 제가 회사를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S사 대표님이 답변을 하시다가 눈시울이 촉촉해지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 눈물은 숫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저는 그 눈물을 숫자로 판단해야 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제 진짜 거래를 종료하자. 

더 이상 거래하는 것은 “희망이 아니라 도박”이다.

 

그럼 어떻게 거래를 종료하는 게 좋은 방법일까요? 계약 기간 도중 거래를 종료하는 경우가 흔한 경우면 안되겠지만, 저는 대략 아래의 방법으로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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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체 공급사 찾기

 

① 대체 업체 후보군 선정

일반적인 입찰 상황이면 공급사 풀이 넓을 수록 좋지만, 이는 특수한 상황이므로 1) 기존 공급사와 이원화, 삼원화되어있는 현 경쟁 공급사 2) 과거 거래 이력이 있었던 공급사 위주로 검토합니다. 공개적으로 업체를 소싱하지 않는 것은 시간 소요를 줄이기 위함도 있지만, 기존 계약을 해지하려는 의도가 업계에 소문이 소문이 나면 기존 공급사에게 후속 피해가 갈 수 있고 이는 기존 공급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요인이 됩니다. 따라서 현재 거래하고 있거나, 과거 거래했던 업체 중에서 검토하되, 시장에 소문이 나지 않게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② 대체 업체 리드 타임

대체 공급사 후보군을 추려냈으면, 의사결정(=요이땅) 이후, 대체 업체의 본품이 안정적으로 공급이 시작되는 시점까지의 소요 기간을 사전에 파악합니다. 이 리드 타임이 매우 중요한데요, 우리는 이 시간 안에 모든 걸 끝마쳐야 성공적으로 업체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포장재의 경우 금형 제작 유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2~3개월 내외로 모든 프로세스가 끝나게 됩니다.

 

 

③ 대체 업체 가견적

단가 역시 빼놓을 수 없죠. 반드시 기존 업체의 단가를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존 공급사보다 단가가 많이 상승할 경우, 대체 비용으로 너무 많은 비용을 지출한 결과가 되기에 수급을 우선순위로 하되, 수취 예상 단가가 어느 정도인지 대체 공급사 후보군과 긴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④ 대체 업체 품질 테스트

본품을 받기 전에 샘플 테스트를 합니다. 거래 중이거나 거래 이력이 있는 업체면 테스트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공급사마다 공급하는 물품 규격, 사양이 다르고, 심지어 같은 물품일지라도 공급사마다 원료, 생산 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하여 사실상 다른 제품이 생산되기에 샘플 테스트는 필수입니다. 과거 거래한 이력이 있는 공급사는 기준 규격이 동일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당사의 세부 사항이 변경되었을 수 있기에 테스트는 반드시 해야 합니다.

 

 

#2. 계약 해지 통보

 

① 당사 재고 확인

기존 공급사가 납품한 당사 재고를 먼저 확인합니다. 생산팀 입장에서는 공급사가 “한 번만” 바뀌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기존 공급사의 재고를 다 소진하고 대체 공급사의 물품이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한편, 이 시점에는 업체 변경 시점을 정확하게 예단할 수 없기 때문에 “대체 업체의 리드 타임” 동안 사용 할 수 있는 재고를 비축하기 위해 발주량을 서서히 늘리면 좋습니다. 기존 공급사에서 거래 종료 의도를 눈치채면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니 세심한 운전이 필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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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계약 해지 통보 공문 작성

앞서 1편에서 법적 의무와 의제 의무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전화나 메신저로 거래 종료를 통보해도 법적으로 문제 될 소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안에 대하여 공문으로 의견을 받았다면, 응당 저희도 공문으로 답변을 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당시 작성한 공문 내용입니다.    
 

 

1) 우리는 [언제] 체결한 [무슨] 물품공급계약에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사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합니다.

 

2) 귀사는 [언제]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으며, 이는 원계약서의 [무슨 무슨] 조항에 따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합니다.

 

3) 또한 귀사의 기업 회생 절차 진행으로 인하여

  • 원자재 조달 및 생산 일정의 불확실성
  • 안전재고 확보 곤란에 따른 공급 차질 가능성
  • 회생 계획 인가 및 이행 여부에 따른 거래 지속 불확실성
  • 당사의 대내외 신뢰성 및 리스크 관리 부담 증가

 

4) 이에, 본 통지서가 귀사에 도달한 날로부터 계약의 해지 효력이 발생함을 알려드립니다.

 

그 동안의 거래에 감사드립니다.

 

③ 이별 통보, 기존 공급사 재고 확인[중요]

공문을 발송하기 전에, 공급사에게 따로 연락드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라, 그간 거래하면서 “정”이 쌓였을 텐데요, 공문만 딸랑 보내는 것보다는 보내기 전에 전화 한번 드리는 게 나중을 생각하면 좋습니다. 나중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때 정을 나누면서 챙기셔야 하는 게 기존 공급사의 재고를 파악해야 합니다. 공급사의 재고가 과다하지 않다면 변경 일정을 뒤로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가급적이면 재고 매입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재고가 과다한 것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추후 별도 칼럼에서 다뤄볼게요.    
 

 

④ 계약 해지 통보 공문 발송

자,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대체 공급사의 수급 일정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계약 해지 통보 공문을 발송합니다. 그리고 기존 공급사에게 남은 계약기간 동안 마무리를 잘 요청드리면 끝입니다.

착잡합니다. 저의 의사 결정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것 같기에.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는 감정적 관계가 아닌 조직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전문가 집단이니까요!

 

.

.

.

 

며칠이 지나고 S사의 영업 사원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매니저님 안녕하십니까. 내일을 끝으로 공급이 종료되게 되었네요.

더 오래 좋은 관계 유지가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큰 것 같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꼭 좋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종종 연락드리겠습니다, 매니저님. 주말 잘 보내시구요!!"

 

2025년 여름,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아무쪼록 내년에는 이런 일이 덜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과 거래하기-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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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USB | 이재엽 칼럼니스트

식품 제조업을 거쳐 현재 유통업계에서 구매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구매란 무엇인지, 좋은 구매를 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함께 알아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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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구매업무하면서 담당업체와의 거래를 종료한다는것은 업무 자체로도 정말 어렵고 복잡하지만, 심적으로도 많은 부담과 아픔이 되어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의 그리고 미래의 관계까지 고려한,  배려 있고 아름답게 마무리되어 감동적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1부에서 전문용어의 정의도 잘 정리해주셔서 업무에 잘 활용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구매업무하면서 담당업체와의 거래를 종료한다는것은 업무 자체로도 정말 어렵고 복잡하지만, 심적으로도 많은 부담과 아픔이 되어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의 그리고 미래의 관계까지 고려한,  배려 있고 아름답게 마무리되어 감동적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1부에서 전문용어의 정의도 잘 정리해주셔서 업무에 잘 활용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그윽한 USB (작성자) · 2026.01.08

안녕하세요 윤리적인 컨테이너님.

진심어린 댓글 감사합니다. 말씀주신대로 거래종료는 구매 담당자에게 재난과도 같은 일이죠. 언제나 피하고 싶지만 늘 피할 수는 없는.

피드백은 다음 칼럼을 쓸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