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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절차에 들어간 기업과 거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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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USB 14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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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당사의 기업 회생 신청으로 인하여 

고객님께 깊은 심려와 업무에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중략)…

송구하오나 거래가 지속 될 수 있도록 부디 선처와 배려를 부탁 드립니다."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 테헤란로를 뚫고 온 영업 사원이 가방에서 공문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건네줍니다. 처음 거래를 시작했을 때, 이 영업 사원에게서 느꼈던 열정과 패기는 상당했던 그 무게만큼 고스란히 불안과 염려로 바뀌어 있는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업체는 회생 절차에 들어간 회사였고, 그 상황은 물품공급 계약서의 조항에 따라 제가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마치 이별을 앞둔 연인의 상태와 같았죠.

 

 

#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요즘 경기가 어렵다고들 하죠. “언제는 좋았냐”라고 반문하실 수 있는데 올해는 정말 안 좋았습니다. 올해 1~8월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440건인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수치입니다. 하루에 6곳 씩 문을 닫은 겁니다. 참고로 과거 파산 신청 건 수는 코로나19가 본격 시작된 2020년(1,069건) 처음으로 1,000건을 넘었고 2021년(955건) 잠시 주춤했지만 2022년 1,004건, 2023년 1,657건, 2024년 1,940건으로 파산 신청 건수는 지속적으로 우상향 하고 있습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최고 건수를 갱신하게 될 겁니다.

 

편의상 해당 거래처를 “S사”라고 표현하겠습니다. S사는 2025년 7월 회생 절차를 신청한 상태였고, 2025년은 역대급으로 많은 기업이 파산 신청을 한 해였습니다.

 

여기서 부연 설명을 드리면, 법인 회생 절차와 파산 절차는 다른 제도입니다. 회생은 ‘갚을 수 있는 만큼만 갚으라’고 법원이 채무 등을 조정하여 기업을 살리는데 목적을 두고, 파산은 자산(=자본 부채)을 법적으로 청산하여 기업을 끝내는데 목적을 둡니다.

 

즉, 회생 절차는 기업의 마지막 ‘심폐 소생술’ 입니다. 살리면 회생, 안되면 파산하는 것이죠.

 

 

# 연대 보증 관계에 의한 회생 신청

내막을 알고 보니 S사는 ‘상호 연대 보증 관계’에 있던 계열사 H사가 기업 회생을 신청함으로써 연대 책임에 의하여 회생 절차를 따라가게 된 것입니다. H사는 건설 관련 사업을 하였는데, 올해 국내 건설 업계의 상황도 녹록지 않았습니다. 금리 고착화, 분양 경기 침체, *PF 부실 문제 등으로 대형 건설사조차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며 이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 PF(Project Financing): 미래 수익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하는 방식. 통상적으로 프로젝트 기간이 긴 건설 업계에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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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1. 회생 절차는 거래 종료의 사유이나, 계열사 H의 귀책으로 발생한 사건이므로 S사와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한다 ☞ 과연 안정적인 전략이 있는가?
  2. 회생 절차는 거래 종료의 사유이므로 S사와 거래를 종료한다. *법적 의무는 문제가 없으나 **의제 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가?

 

 * 법적 의무: 법이나 계약에 의해 명시적으로 발생한 의무. 회계 용어

 ** 의제 의무: 법에는 없지만, 기업의 공표된 약속이나 일관 된 관행 때문에 사실상 피할 수 없는 의무. 역시 회계 용어이며, 법적 의무와 의제 의무는 “충당 부채”를 설정할 수 있는 근거임.

 

 

# 지속적인 거래를 검토하기

저는 자비롭기(?) 때문에 우선은 S사와 지속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 회생 절차에 대해 공부를 합니다. 회생 절차의 흐름은 아래와 같습니다.

 

회생 절차 Flow

① 회생 신청

② 보전 처분 및 포괄적 금지 명령

   ; 법원이 회생 개시 여부를 심사하는 동안 채권자가 강제 집행, 가압류, 담보권 설정을 못하도록 재산 유출을 일시 정지

③ 회생 절차 개시 결정

  ; 법원이 “회생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개시 결정

④ 채권자 신고 및 채권 조사

  ; 채권자는 법원에 채권을 신고하고 법원은 채권의 유효성을 심사

⑤ 회생 계획안 작성 및 심리

  ; 회생 신청 기업은 계획안(채무 탕감 비율, 상환 기간 등)을 작성하고 법원은 채권자 찬반 투표를 통해 인가 여부를 결정

⑥ 회생 계획안 인가

  ; 회생 신청 기업은 계획에 따라 부채 ‘일부’를 감면

⑦ 이행 및 회생 절차 종료

  ; 계획을 모두 이행하면 정상 기업으로 복귀/ 계속 이행이 불가능하면 파산 절차로 전환 

 

여기서 중요한 요소는 회생 절차의 전체 소요 기간원재료 수급 리스크(②항의 보전 처분 및 포괄 금지 명령 개시에 의한)입니다.

 

 

# 회생 절차의 소요 기간은?

먼저 소요기간을 따져 보겠습니다. 이는 회생 신청 업체의 지급(불능) 능력, 채무 금액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이 기간이 소요 됨을 파악하였습니다.

회생 절차 소요 기간

① 회생 신청 + ② 보전 처분 + ③ 개시 결정 = 1~2개월

④ 채권 신고 및 조사 = 2~3개월

⑤ 계획안 심리 = 3~6개월

⑥ 계획안 인가 = 6~9 개월

⑦ 계획안 이행 = 수년간(보통 5~10년)

 

⑦은 차치하더라도, Σ ① ~ ⑥ 만으로 최소 1년이 걸리는 일정입니다. 당시 S사의 계약 기간이 10개월 남았던 것을 감안하면 회생 절차 기간은 계약 기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다고 볼 수 있으며, 종속 기간이 길면 리스크가 커진다는 것은 많은 구매인들이 공감하실 겁니다.

 

 

# 회생 절차에서 고려할 수급 리스크는?

다음은 원재료 수급 리스크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앞서 보전 처분 및 포괄적 금지 명령은 회사의 재산 유출을 일시 정지 시킨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회사의 재산에는 현금, 재고, 설비, 부동산 등이 포함되는데요, 특히 현금 유출을 통제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영업 활동을 위한 원재료를 구매하는 행위 일지라도 법원에서 승인된 사전 한도를 초과하거나, 비통상적인 경우(일상적 영업 범위를 초과하는 행위)에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 여기서 잠깐!

Q. 현금, 재고, 설비, 부동산은 ‘재산’이 아니라 ‘자산’ 아닌가요?

A. ‘재산’은 금전적 가치가 있는 권리, 의무 전체를 포괄하는 ‘법률적’ 용어이며, ‘자산’은 효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적 자원을 의미하는 ‘회계적’ 용어입니다. 따라서 두 표현의 대상은 사실상 동일하지만 ‘재산’은 법적 보호 대상이며, ‘자산’은 회계상 인식 대상입니다.

 

법적인 문제를 해결했더라도 실무적으로 “회생 신청 기업”이라는 이유로

 

  • 기존 원재료 공급사에서는 선결제를 요구하게 되고,
  • 신규 거래처는 여신 불가 판단으로 공급을 거부 할 소지가 높습니다.
  • 차입한 은행이 있다면 기존 한도 대출이 정지되거나, 신규 자금 집행을 보류 시킬 수 있고,
  • 보증보험사는 보증 한도를 회수하거나 신규 보증 발급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자금 경색” 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원재료 수급 리스크는 제품의 납품 리스크로 이어지기 때문에, 저는 S사의 최근 납품 실적, 발주 후 리드 타임, 원재료 조달 프로세스를 꼼꼼히 따져보고 S사에서 실제 보유하고 있는 원재료 재고를 파악하고자 직접 업체에 방문하였습니다. 관련 미팅 당시에 S사는 환산 재고(=원재료+반제품+완제품 재고) 수량이 약 1개월치라고 주장하였으나, 열흘 뒤 제가 직접 확인하고 계산한 환산 재고 수량은 1주일 치에 못 미쳤습니다. 필시 열흘 간 추가 원재료 수급 없이 기 매입한 원재료 재고로 생산을 해서 그랬겠죠.

 

 

# 마치며 

정리하면 회생 절차에 들어간 기업과 거래를 지속하는 것은 법적 인가 까지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며, 이 시간을 감내 하더라도 추후 자금 경색으로 인한 공급 리스크를 수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거래하는 방법 말고 거래를 종료하는 경우도 가정해 봐야 하는데요, 쓰다 보니 글이 다소 길어져서 오늘은 여기서 한번 끊고, 반응이 좋으면 2편으로 다시 찾아 오겠습니다!

 

 

※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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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USB | 이재엽 칼럼니스트

식품 제조업을 거쳐 현재 유통업계에서 구매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구매란 무엇인지, 좋은 구매를 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함께 알아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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