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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거래 계약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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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USB 1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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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공급사와 어떤 형태의 계약을 하시나요?

오늘은 그동안 제가 체결했던 계약 유형과 최근 도입하고자 했던 계약 유형을 살펴보며, 여러 계약의 형태에 대해 이해하고, 특히 기본거래 계약의 가능성과 한계점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계약에도 타입이 있다?! 내가 경험한 계약 유형 List

① 물품공급 기본 계약 (≒기본거래 계약)

약 7년 전, 저는 식품 제조사 원자재 구매팀에서 “물품공급 기본 계약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기본 계약에 포함되는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물품공급 기본 계약서 핵심 내용

  • 상호 존중과 신의 성실의 원칙에 의하여 거래
  • 기본계약과 개별 계약의 개념: 개별계약의 우선적 효력 발생, 발주서의 개별 계약 간주
  • 가격: “을”이 갑에게 제출하는 견적서 및 그에 부수되는 문서를 기준으로 협의
  • “을”의 품질 안정성 유지 의무, 수급 안정성 유지 의무.
  • 발주 및 수주 방법, 납품 방법, 자재의 검사 및 반품 조건
  • 지체 상금 및 손해 배상에 대한 내용
  • 기밀 유지 및 대금 결제 조건에 대한 내용
  • 계약 기간 및 갱신 조건, 중도 계약 해지 조건
  • 분쟁 시 해결 방법 (관할 법원 지정 등)

 

한 마디로 얘기하면 “계약 당사자간에 잘~ 거래하고, 문제가 생기면 잘~ 협의하고, 계약기간은 자동 연장하여 잘~ 하자” 였습니다. 이 개념은 추후 제가 도입하고자 했던 기본거래 계약의 근간이 되는데요. 아무튼 “물품공급 기본 계약”은 장점이 많은 계약 방식이었습니다. 매년 갱신을 챙길 필요도 없었고, 공급사가 제출한 견적서를 구매 품의에 첨부만 하면 “단가 정보”에 대해 따로 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② 물품공급 기본 계약 + 추가단가 약정서

2020년 4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유가는 급락하였다가 이후 2년 간 저점 대비 3배까지 상승하였습니다. 이렇게 요동치는 유가와 환율 아래 구매자와 공급자는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달에 원료가가 또 오르면 어떡하지?’

 

구매자는 공급가의 인상을 우려하고, 공급자는 인상 요청 언급을 걱정하였습니다. “기본 계약”의 거래 방식은 특이 사항이 없다면 동일 단가, 동일 업체로 거래가 지속되나, 그 말은 특이 사항이 생기면 업체가 변경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기조의 “기본 계약” 구조에서 공급사의 인상 요청은 공급사 변경을 고려할만한 강력한 동기가 됩니다. 물론 신규 거래선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관련 칼럼 다시보기 >

🔗신규거래선은 꼭 필요한가?

 

 

저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덜어내고자 기존의 “기본 계약”에 “추가단가 약정서”를 개별 계약서로 만들었습니다. 추가 약정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추가 단가 약정서

  • 품목명/ 규격/ 납품처/ 단가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기재
  • 구매단가는 추가 약정서에 “명시”된 단가를 기준으로 함
  • 단가 변동이 필요하면 협의 후 추가단가 약정서를 “재계약”함

 

그렇게 “물품공급 기본 계약”은 그대로 두면서 자동 연장을 시키고, 단가 변동이 발생할 때마다 “추가단가 약정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이 방법은 기존 방법보다 계약서가 하나 더 늘어났지만 과도한 단가 변동에 대하여 안전장치 역할을 해주었고, 결과적으로 단가 안정화에 기여하였습니다.

 

 

③ 물품공급계약서 (=물품공급 기본 계약+추가단가 약정서)

그리고 시간이 흘러 유통사로 이직을 했는데요, 이 회사는 계약 프로세스에 누구보다 진심이었습니다. 이 회사의 “물품공급계약서”는 제가 사용하던 “물품공급 기본 계약”과 “추가단가 약정서”가 하나로 합쳐진 형태로, 계약 대한 기본 조건과 단가에 대한 정보가 모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동 연장 조건이 없어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1년에 한 번씩 재계약을 해야 했는데요, 이것을 내부적으로 “입찰”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이 회사의 “물품공급계약” 방식은 단가가 ‘1원’만 변경돼도 계약서를 재작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번거로움이 단가의 불확실성을 더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계약 단가가 가진 무게감이 커진거죠.                
 

‘그렇게 하면 시황 반영이 잘 안 되지 않나요?’

‘인하하고 싶을 때 인하도 쉽게 못 하는거 아닌가요?’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는데, 매년 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에 계약 기간 내 발현되지 않았던 시장의 역동성은 입찰 시기에 투영되곤 했습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전략적 입찰 구조를 고민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고요.                
 

 

④ 다시 기본거래 계약서 #나 과거로 돌아갈래!

확실히 “물품공급계약”은 손이 많이 가는 방식이었습니다. 계약 조건에 미세한 변동이 생기면 변경 계약서를 작성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업무 효율성을 고려해 과거의 기본 계약 방식으로의 회귀를 검토했지만, 결과적으로 시대적 흐름과 제도의 변화가 그 선택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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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거래 계약의 첫 번째 Risk: 청약과 승낙의 부재

청약과 승낙(Offer & Acceptance)은 민법상 계약의 성립 요건 중 기본이 되는 개념으로, 모든 구매 계약의 법적 근거가 됩니다. “이 조건으로 계약하고 싶습니다.”라고 누군가 청약을 하면 “그 조건을 수락하겠습니다.”라고 응답하여 서로 합치가 되어야 계약이 성립하게 됩니다. 공급사가 견적서를 보냈는데(=청약), 구매자의 의사 표시(=승낙)가 없어 합치가 되지 않으면 완전한 계약의 형태로 볼 수가 없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구매자가 승낙을 하기 위해 공급자의 견적서를 시스템이나 이메일로 승인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면 온전한 계약의 형태로 간주할 수는 있습니다만, 견적서에 있는 불필요한 내용까지 모두 승인하게 되어 추후 구매자가 불리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견적서에 구매자의 요청 사항을 모두 반영하면 안되나요?"

 

어라? 뭔가 이상하지 않으세요? 그렇게 하면 위에서 언급한 “물품공급계약서”와 뭐가 다른 거죠?

좋아요. 그러면 “물품공급계약서”는 너무 무거우니까 “추가단가 약정서”나 그와 유사한 개념으로 시스템이나 이메일로 특정 단가에 대해 서로의 합의를 남겨두면 어떨까요?

 

 

기본거래 계약의 두 번째 Risk: 납품대금 연동제

가능했었습니다. “납품대금 연동제”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납품대금 연동제란 ‘공급자가 구매자에게 납품하는 물품의 원재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변동하면 사전 협의 된 방식으로 납품대금을 변경’하는 의무적인 제도입니다.

 

관련 칼럼 다시보기>

🔗납품대금  연동제란? + 연동표 및 미연동계약서 작성방법

 

 

결국 위에서 언급한 특정 단가에 대한 합의는 “납품대금 연동제”를 준수하면서 이행되어야 하는데요, “납품대금 연동제”를 적용하게 되어 “연동표”를 작성한다면 특정 단가에 대한 합의는 무색해집니다. 연동표에 있는 기준을 따라 매월, 매분기 약속한 단가로 거래를 하면 되니까요.

 

연동제를 미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미연동 계약서"는 원계약인 “물품공급 계약”의 개별 계약의 성질을 갖게 되는데, 개별 계약은 원계약의 계약 기간을 준수합니다. 따라서 “미연동 계약”은 스스로 자동 갱신 될 수 없습니다. 원계약을 자동 갱신 시켜 개별 계약을 자동 갱신 시키는 행위는 “납품대금 연동제”의 취지에 맞지 않기에 어불성설입니다. 결국 원계약이 자동 갱신 되더라도, 개별계약인 “미연동 계약”은 별도로, 수동으로 갱신되어야 합니다. 이쯤 되면 원계약을 자동 갱신 하는 것이 별로 메리트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요? “납품대금 연동제”는 기존 구매자의 탄력적인 단가 변경 방식을 통제하고자 생겨난 제도인데, “기본거래 계약”은 이러한 단가 변경을 이상적인 운영 방식으로 추구하기 때문에 충돌이 생기는 겁니다.

 

수개월 고민을 거듭한 결과, 저는 7년 전에 사용했던 “물품공급 기본 계약”과 유사한 “기본거래 계약”방식의 도입을 포기하고 회사의 기존 방식이었던 "물품공급 계약"으로 회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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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결국 계약은 시대를 반영한다.

저는 여러 조직에서 다양한 계약 방식을 경험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상호 존중과 신의 성실의 원칙으로 거래하는 “물품공급 기본 계약”을 사용했고, 팬데믹이라는 변수 속에서 단가 변동에 대해 안정성을 추구하고자 “추가단가 약정서”를 병행했습니다. 이 후 지금의 회사에서 이 모든 요소를 통합한 “물품공급계약서”를 접하게 되었고, 실무 효율화를 고민하며 다시금 “기본거래 계약” 방식의 재도입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납품대금 연동제”라는 제도적 변화 앞에서 기존 방식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처럼 계약의 형식은 업종마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공통된 방향성이 나타납니다. 저는 그것을 구매 트렌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여러분 회사의 구매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지금 체결하고 있는 계약은 그 트렌드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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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USB | 이재엽 칼럼니스트

식품 제조업을 거쳐 현재 유통업계에서 구매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구매란 무엇인지, 좋은 구매를 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함께 알아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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