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부터 시행된 납품대금 연동제,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오늘은 구매인이라면 알아야 할 납품대금연동제에 대해 담백하게 알아보겠습니다.
1. 납품대금 연동제의 의미
납품대금 연동제란 ‘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 납품하는 물품 등의 주요 원재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변동하는 경우 그 변동분에 연동하여 납품대금을 조정하는 내용이 포함한 서면 약정을 체결하는 제도’ 입니다.
쉽게 말해서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물품 단가를 올려주고 가격이 내려가면 내려주는 제도입니다.
“이미 구매자(수탁기업)와 공급자(위탁기업)간에 이루어지고 있지 않나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시장가격이 오르면 공급자는 납품 가격의 인상을 요청하고, 시장가격이 내리면 구매자는 가격 인하를 요청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기업간의 거래 행위이나, 다른 점이 있다면 납품대금 연동제는 의무성을 갖고 일정 주기로 사전 협의된 룰을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는 겁니다.
2. 납품대금 연동제의 배경
납품대금 연동제는 갑자기 생겨난 제도는 아닙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하였으나, 정부가 기업들간의 거래에 개입하는 것에 대하여 시장 질서를 왜곡할 수 있다는 반발로 무산되었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며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2022년 6월 윤석열 정부에서 발의하였고, 2023년 10월 시행, 2개월간의 계도 기간을 거쳐 2024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3. 하도금대금등 연동표 작성방법
중소벤처기업부 납품대금 연동제 홈페이지에 등록되어있는 ‘표준 연동계약서’양식을 보면 납품대금연동제 시행 시 「하도급대금등 연동표」를 작성하여 첨부하도록 기재되어있습니다.
납품대금 연동제의 핵심은 이 연동표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마침 연동표 예시가 올라와 있어 ‘알루미늄 합금(A-001)’을 샘플로 가지고 왔습니다. 어떤 항목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자세히 살펴 보겠습니다.
2. 하도급대금등 연동 대상 주요원재료: 알루미늄, 동 ← 합금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원재료입니다.
3. 원재료 가격의 기준 지표: 조달청,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 ← 공신력 있는 지표여야 하고 구매자와 공급자가 모두 볼 수 있는 지표이여야 합니다.
4. 원재료 가격의 변동률 산정을 위한 기준시점 및 비교시점: 기준시점, 비교시점 ← 어떤 시점에서 어떤 시점까지의 변화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정합니다
5. 조정요건: 0 ← 발동조건 입니다. 가령 원재료가 변동률이 (10)%이상 변할 때 조정하기로 정합니다. 여기서 괄호 안의 숫자는 0보다 크고 10 이하입니다. 협의의 영역입니다.
6. 조정주기: n개월 ← 매달, 격달, 분기별, 반기별, 연간으로 협의 합니다.
7. 조정일: 매월 1일, 홀수달 1일 ← 단가 조정 여부를 판단하는 날입니다.
8. 조정대금 반영일:매월 1일, 홀수달 1일 ← 조정된 단가를 반영하는 기준일 입니다.
9. 하도급대금등 연동산식:조정될 납품단가(단위:1개) = (비교시점의 알루미늄 기준가격 x 알루미늄 중량(1ton)) + (비교시점의 동 기준가격 x 동 중량(0.1ton)) + 5,000,000원 ← 합금 1개를 만드는데 알루미늄이 1ton, 동이 0.1ton 소요 되고 기타 고정비가 5백만원이 발생함을 추정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제일 어렵습니다. 위 예시만 봐도 알루미늄과 동의 원가 내역을 양사가 공유해야하고, 고정비 5백만원에 대해 양사가 납득할 근거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구매하는 물품의 단가는 훨씬 더 복잡한 형태로 변동되기 때문에 이 연동산식에서 막혀서 도입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10. 반영비율: 100% ← 반영비율은 연동산식으로 조정가능해서 큰 의미는 없습니다.
11. 기타사항: 납품단가 0.01원 미만 절사 ← 가령 소수점 첫 째자리에서 반올림 등
4. 납품대금 연동제의 예외
현재 체결되는 모든 위탁-수탁기업간의 거래에는 납품대금 연동제 시행은 의무이나, 아래의 4개 사유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① 위탁기업이 「중소기업기본법」제2조제2항에 따른 소기업에 해당하는 경우
② 수탁·위탁거래의기간이90일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이내인 경우
③ 납품대금이1억원 이하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하인 경우
④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납품대금 연동을 하지 아니하기로 합의한 경우
쉽게 말해서 공급사가 중견기업 이상이거나, 단발성 거래이거나, 소액 거래일 경우 연동제를 의무적으로 시행하지 않아도 됩니다. 반대로 공급사가 중소 기업이거나, 장기간 거래이거나, 1억원 이상의 거래 인 경우, 연동제를 적용해야 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양사가 합의하면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반드시 미연동 계약서나 이에 준하는 약정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5. 표준 미연동 계약서 작성방법
이번에는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되어 있는 ‘표준 미연동계약서’ 작성 시 기재해야할 항목을 살펴보겠습니다.
미연동 사유 작성이 가장 어렵습니다. 서로 납득가능하고 제 3자가 봐도 납득 가능한 사유를 기재해야 할 것입니다. 가령 ‘원가내역서를 공개하기가 부담스럽다.’ 정도를 기재합니다. 당연하게도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사유가 일치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치며
오늘은 납품대금 연동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납품대금 연동제의 취지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공정한 시장경제 구축을 위함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업간의 상생과 지속 가능한 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2008년에 논의 되었던 안건이 무려 16년만에 법제화 되어 시행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의무적인 제도 없이도 구매자와 공급자간의 자발적인 대처로 유기적으로 그리고 역동적으로, 그러나 건강하게 움직이는 공급망 시장을 상상해 보는건 너무 이상적일까요?
납품대금 연동제가 시행된 지 어느덧 1년이 되었습니다. 혹시 이와 관련하여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제가 아는 범위내에서 성심성의껏 답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