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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생각하는 것을 내가 생각하고 있다고 네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생각한다.”
- 존 내시
‘게임 이론’을 한 마디로 표현한 문장입니다. 여러분이 상경계열 전공자면 게임 이론이 익숙하실 테고, 비상경계열 출신이어도 구매업에 종사하고 있다면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경제학에서 태동한 게임이론은 응용수학에서부터 정치학, 심리학, 나아가 진화생물학까지 많은 분야에 영향을 미쳤는데요, 쉽게 말해서 “참가자들의 선택지에 따라 보상이 달라질 때 각각의 참가자들은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지 예측하는 이론”입니다.
오늘은 이 ‘게임이론’을 통해 구매의 입찰 전략에 대해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여기 동종 산업군에서 기업 A와 기업 B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제품 판매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기업 A의 임원이라고 해보죠. 판매가 할인을 통해 판촉 행사를 하면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행사를 했더니 기업 B에서 판촉 행사를 더 크게 해서(a.k.a 맞불 ) 영업이익이 떨어지고 점유율도 뺏길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실 겁니까?
먼저 상황을 한번 정리해 볼까요? 이러한 상황에 ‘보수행렬’을 쓰면 유용합니다.
<보수행렬>
보수행렬은 말 그대로 기업 A, B가 어떠한 전략을 취했을 때 A와 B가 각각 취할 수 있는 보수(이윤)를 행렬로 나타낸 것입니다. 위의 경우 기업 A가 취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은 A1, A2가 있고 기업 B가 취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은 B1, B2가 있습니다. A1의 전략과 B1의 전략이 만나면 기업 A는 10의 이윤을, 기업 B는 10의 이윤을 얻습니다. 기업 A와 기업 B는 이윤 극대화를 위한 합리적 선택을 하며, 이를 A와 B는 서로 알고 있습니다. 전략은 동시에 선택합니다.
- 기업 A의 입장에서 B1의 경우를 가정하면 A1(10)과 A2(5) 중에 A1(10)을 선택합니다.
- 기업 A의 입장에서 B2의 경우를 가정하면 A1(30)과 A2(20) 중에 A1(30)을 선택합니다.
- 기업 B의 입장에서 A1의 경우를 가정하면 B1(10)과 B2(5) 중에 B1(10)을 선택합니다.
- 기업 B의 입장에서 A2의 경우를 가정하면 B1(30)과 B2(20) 중에 B1(30)을 선택합니다.
따라서 기업 A는 A1의 전략을, 기업 B는 B1의 전략을 선택하게 되며, 양사가 얻을 수 있는 이윤은 각각 10이 됩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기업 A가 A2전략을, 기업 B가 B2전략을 선택했다면 양사는 20이라는 두 배의 이윤을 얻을 수 있었으나, 상대방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생각으로 경제적인 의사 결정을 한 것이죠.
<죄수의 딜레마>
죄수의 딜레마는 게임이론의 다른 예시인데요, 여기 기업 A와 기업 B가 ‘담함’을 하다가 정부 기관에게 적발되어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정부기관은 A 혹은 B에게 자백을 받아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일단은 두 기업을 불러서 아래와 같이 제안합니다.
“한 기업이 자백을 하고 다른 기업이 자백을 하지 않는다면, 자백한 기업은 과징금 3억원을 내고 되고 나머지 기업은 과징금 25억원을 부과한다.”
“둘 다 자백한 경우 둘 다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한다.”
“둘 다 부인한 경우 둘 다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기업 A와 기업 B가 둘 다 혐의를 부인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만, 게임이론을 통해 따져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 기업 A의 입장에서 기업 B가 자백하는 경우, 자백하고 20억원을 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 기업 A의 입장에서 기업 B가 부인하는 경우, 자백하고 3억원을 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 기업 B의 입장에서 기업 A가 자백하는 경우, 자백하고 20억원을 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 기업 B의 입장에서 기업 A가 부인하는 경우, 자백하고 3억원을 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따라서 기업 A와 기업 B는 모두 자백을 하게 되며, 양사는 과징금으로 20억원을 내게 됩니다. 양사가 혐의를 부인하면 5억원만 낼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요. 위 마케팅 전략 사례와 유사함을 눈치채셨나요? 마케팅 전략 사례에서는 기업 A과 기업 B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쟁했다면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기업 A와 기업 B가 페널티를 최소화(=이윤 극대화) 하기 위해 경쟁합니다.

여기까지 잘 따라오셨나요?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구매 얘기를 해볼게요. 게임이론의 확장을 통해 과점 시장의 ‘담합’을 깨 보겠습니다.
<반복게임>
소수의 공급자가 시장을 장악하고 수요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시장을 과점 시장이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시장에서는 종종 ‘담합’이 생깁니다. 구매인 입장에서 유쾌하지 않은 상황이죠. 어떻게 해야 이 담합을 못하게 할 수 있을 까요? 우리도 ‘바이블’에서 연맹해서 구매 연합이라도 만들어야 할까요?😉
여기 입찰을 앞둔 기업 A와 기업 B의 투찰 전략을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그리고 구매자의 입찰 주기에 따라 아래의 3가지 경우로 나눠서 게임이론을 적용해보겠습니다.
1) 1회 입찰하여 1회성으로 거래하는 경우
2) n회 입찰하여 n년간 거래가 지속 되는 경우
3) 무한히 입찰하여 거래가 영속되는 경우
# 1회성 게임(One-shot Game): 배신(=낮은 가격)
- 기업 A의 입장에서 기업 B가 높은 가격을 낼 경우, 기업 A는 낮은 가격을 내서 이윤 30을 확보
- 기업 A의 입장에서 기업 B가 낮은 가격을 낼 경우, 기업 A는 낮은 가격을 내서 이윤 10을 확보
- 기업 B의 입장에서 기업 A가 높은 가격을 낼 경우, 기업 A는 낮은 가격을 내서 이윤 30을 확보
- 기업 B의 입장에서 기업 A가 낮은 가격을 낼 경우, 기업 B는 낮은 가격을 내서 이윤 10을 확보
네, 두 기업 모두 낮은 가격을 선택하게 됩니다. 단 한 번만 경쟁하면 되므로 이들에게 “내일은 없기 때문에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판단합니다.” 우리는 가장 낮은 가격으로 낙찰받게 되죠.
# 유한반복 게임(Finite Repeated Game): 배신(=낮은 가격)
그렇다면 1회성 입찰이 아닌, 매년 진행하는 입찰의 경우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매년 1회, 10년간 10회 입찰하는 계약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기업 A와 기업 B는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까요? 위 1회성 게임처럼, 마지막 회차에는 보복이 없기 때문에 배신이 합리적입니다.
그럼 A와 B는 생각을 합니다.
‘10회 차에서 무조건 배신을 할 테니, 9회 차에서 미리 배신을 해야겠군.’,
‘아니지. 9회 차에서 배신을 할 테니, 8회 차에서 미리 배신을 해야겠군.’
… ‘7, 6, 5회 차에서.. 아니 그냥 지금 배신해야겠군.’
결국 처음부터 담합은 붕괴됩니다.

(출처 : yes 24)
# 무한반복 게임(Infinitely Repeated Game): 담합(=높은 가격)
게임이 반복되는 경우는 어떨까요? 보복의 규칙이 명확하고 무한 반복이면 파레토 효율적인 균형(담합) 달성이 가능합니다. 이는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충분히 클 때 배신보다는 협력이 이익이기 때문이죠. “에이, 아무리 그래도 무한 반복하는 입찰이 어디 있어?”라고 생각하셨나요? 여러분이 매년 하시는 그 입찰, 과점시장에서 공급사 풀 변동 없이 지속적으로 입찰만 하셨다면 그게 바로 무한반복 게임입니다! 담합이 생길 여지가 있다는 거죠.
담합을 깨는 방법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담합을 깰 수 있을까요?
무한반복 게임에서 담합이 유지되는 이유는 상대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 덕분입니다. 즉, “오늘 협조하면 내일도 거래가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우리는 이 신뢰를 흔들어야 합니다. 입찰에 새로운 공급사를 초대하거나, 이따금 공급사의 평가 기준을 바꾸거나, 정기적 입찰 주기를 조정하는 순간 그들의 예측 모델이 무너집니다.
예측을 무너뜨리면, 카르텔을 깰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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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불확실성’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입찰 참여 업체 입장에서 “올해도 작년처럼 갈까?”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 순간, 담합의 유인은 급격히 줄어듭니다. ‘좋은 입찰’은 단지 최저가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룰을 설계하여 시장의 균형을 새로 만드는 것입니다. 협력과 경쟁의 경계 위에서, 공급자들이 합리적 판단을 하더라도 ‘공정 경쟁’이 이익이 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구매담당자의 전략적 설계입니다.
오늘은 '게임이론’의 확장을 통해 입찰 전략에 대해 논의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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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USB | 이재엽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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