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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괜찮겠지?! 구매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윤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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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한 집게 22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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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님, 앞으로 잘 좀 부탁드립니다.”

 

구매 업무를 오래 하다 보면 종종 검은 유혹의 손길이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업체 담당자가 고가의 선물을 보내온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응하실 건가요? 

 

“내가 팔아 주는 돈이 얼마인데… 이 정도는 괜찮겠지.” 아니면.. 

“사람을 뭘로 보고! 당장 가져가세요.”

 

구매 3년 차에 특정 품목을 담당하게 되자 업체에서 명절 때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작게는 상품권, 크게는 고가의 지역 특산물 등이었죠. 당시 선배들은 암암리에 받는 분위기였습니다. 사수에게 물었더니 그 정도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이후 회사에서 큰 비리 사건이 터진 후 분위기가 싹 바뀌었습니다. 그 비리 사건을 통해 구매인의 윤리관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회사를 발칵 뒤집어 놓은 비리 사건

제가 입사하기 7년 전 즈음, 회사에서 재생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초창기 멤버인 해외구매 담당자가 신규 해외 거래처를 뚫기 위해 일 년의 절 반 이상을 해외를 돌아다니며 업체를 발굴하고 구매했다고 합니다. 고생 끝에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했고 그 담당자는 임원진에게 큰 신임을 얻었습니다.

 

제가 입사했을 당시, 그 해외구매 담당자는 차장으로 승진하고 팀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1년 정도 그분과 함께 일을 했는데, 일도 잘하고 동료들도 잘 챙겨주는 좋은 선배였습니다. 임원들도 그분을 신임하여 그분이 올리는 구매 기안은 일사천리로 승인되었습니다.

 

입사 후 1년, 재생연 사업의 이익은 미미했고 그나마도 계속 하향하고 있었습니다. 그 원인을 찾기 위해 경영기획, 감사, 구매에서 TF팀을 구성하여 과거부터 LME추이와 구매가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상한 점을 찾아냈습니다. 기안 상 구매 단가가 목표치 보다 항상 높았는데 그 사유에 대해서 전혀 언급이 없었습니다. 즉, 정당한 사유 없이 목표가 보다 비싸게 산 것입니다. 그 후 본격적인 감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감사 결과, 그분이 발굴한 신규 업체들과 거래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업체로부터 커미션을 받아 왔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목표가 보다 비싸게 사고 그 차액을 업체와 나눠 가진 것이죠. 그렇게 그분이 회사에 끼친 손해는 심각했고 결국 회사는 고발 조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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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수립한 윤리강령

믿는 도끼에 발등 제대로 찍힌 임원진들은 즉시 윤리강령 TF를 구성해 윤리강령을 수립하고 전 직원 교육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그 여파는 당연히 구매 부서가 가장 컸고, 구매 분위기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때 교육 받은 윤리 강령이 지금까지 저의 구매 윤리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당시 교육 받은 윤리강령 중 특이한 항목을 소개하겠습니다. 

구매 담당은 업체와 식사할 때 법인 카드를 가져가 무조건 사줘라! 얻어 먹고 아쉬운 소리 듣지 말고 사주고 당당하게 할 말하라는 의도입니다. 그 이후 저는 지금까지 업체 미팅 시, 사비를 털어서라도 밥과 커피를 사주고 있습니다.

 

또한, 업체로부터 금품 수수, 향응 등이 전면 금지되었습니다. 지금은 당연한 얘기지만 그때는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었습니다. 명절 선물도 일체 금지되었으며, 꼭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회사로 받아서 상사에게 전달하는 분위기가 확립되었습니다.     
 

 

글을 마치며…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말처럼, 부적절한 밥 한 끼에 천 냥 빚을 질 수도 있습니다. 금액이 작고 크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구매 윤리 관점에서는 받았냐 안 받았냐가 중요합니다. 강 둑에 구멍이 뚫리면 구멍이 아무리 작더라도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작은 구멍도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구멍이 커지다 보면 결국 둑은 무너지게 됩니다.

 

구멍이 크냐 작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구멍이 있냐 없냐가 중요할 뿐입니다. 이 글이 각자에게 작은 구멍이 없는지 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법 없이도 살 수 있는(buy) 구매인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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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한 집게 | 원승철 칼럼니스트

수출입 무역업 전반 경험과 다양한 구매업무 경력을 보유한 15년차 구매/무역 전문가
의료/제약 전략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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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그윽한 USB · 2025.08.26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구매인이라.. 표현이 아주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