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품목이 있다면 얼마나 깊게 알고 계십니까? 물론 여러분 회사에서는 여러분이 가장 잘 아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해당 품목을 공급하는 협력사보다 더 잘 아시나요? 아마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시면 굳이 돈을 주고 구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오늘은 ‘정보의 비대칭성’, ‘가치 사슬’ 개념을 통해 협력사를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논의해 보겠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성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중 누가 제품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할까?
보통 구매업무를 하지 않는 분들은 “구매하는 사람이 갑”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지불하는 쪽이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는 단편적인 생각이며, 실제로는 판매자가 더 많은 권한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정보의 비대칭성’, 즉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제품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대칭 정보(Asymmetric Information) 이론
거래 당사자 간 정보 격차로 인해 시장 실패가 발생할 수 있음을 설명한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바람직하지 않은 상대방과 거래를 하게 될 가능성(역선택)과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측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현상이 있다.
-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 1970 -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은 최악의 경우, ‘저렴한 물품을 비싸게 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예를 들어, A업체의 포장 필름과 B업체의 포장 필름이 같은 원재료를 사용했다고 품질이 동일할까요? 혹은 특정 원재료가 FSSC22000 인증을 받았다고 무조건 더 좋은 것일까요? 표면적이며 제한적인 정보만으로는 최적의 판단을 할 수 없으며, 결국 구매담당자는 스스로 공부하고 협력사에게 끊임 없이 배워야 합니다.
경험이 많은 구매담당자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협력사와 기술적인 대화를 나누고, 제품 개발 과정에 참여하고, 제조 공정을 직접 보지 않으면 작지만 큰 차이를 간과할 수 있음을요. 협력사의 경험과 노하우를 받아들여서 그들과 대등한 수준에서 논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는 것은 협력사의 역할이 아니라 구매담당자의 몫인거죠.
#가치사슬
생산자 직납이 가장 효율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보통 구매업무를 하는 분들은 “최종 생산자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통마진을 줄이는 것이 단가 경쟁력을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생각이며, 예외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정보의 비대칭성’ 이 1차, 2차, 3차 협력사간에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저는 여기서 ‘가치 사슬’ 개념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공급망 내의 모든 단계가 단순히 유통마진을 먹는 것이 아니라, 각 단계(=가치 사슬)에서 나름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우가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가치 사슬(Value Chain) 이론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주요 활동은 원재료 조달, 생산, 유통, 마케팅, 서비스 등으로 구성되며,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가치를 최적화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
-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1985 -
예를 들어, 한 식품회사가 플라스틱 트레이를 구매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회사가 직접 플라스틱 원료를 사서 사출성형 공정을 거쳐 트레이를 만든다면 비용이 가장 저렴할까요? 절대 아닙니다. 원료 혼합 비율, 성형 조건, 냉각 속도, 내구성 테스트 등 복잡한 기술적 요인이 얽혀 있기 때문에, 결국 전문적인 사출 성형업체를 활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구매담당자는 단순히 가격이 아닌, 공급망 내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창출되는 지점을 파악해야 합니다. 구매 담당자는 ‘가격’이 아니라, ‘가치’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핵심 원재료를 가공하는 곳, 특정 기술을 보유한 곳, 물류 최적화를 담당하는 곳, 공급망 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 어디인지 파약해야 가장 효율적인 구매를 할 수 있습니다.
라포(Rapport) 형성의 중요성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고, 가치 사슬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협력사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가 협력사를 단순한 거래 상대로만 생각하면, 협력사도 우리를 단순한 고객사로만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는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없게 되고, 더 깊은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됩니다.
우리는 여러 협력사와 거래하고 여러 업체를 비딩하며 비교하지만, 협력사 또한 우리만 고객사가 아닙니다. (그들도 우리를 다른 고객사와 비교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협력사를 평가한다는 것은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이미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우리를 더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들이 협력사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배우고자 하는 자세로 다가간다면, 그들은 단순한 공급자가 아니라 최고의 스승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거래하시는 협력사 중 가장 잘 아시는 협력사는 어디인가요?
이 주제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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