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인에게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연말연초가 되었습니다. 올해 성과를 정리하고 내년도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KPI(핵심성과지표)인 원가 절감 목표 달성 여부를 확인하고, 경영진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보통 경영진은 숫자만 보고 구매 성과를 판단합니다. 작년에 100원 하던 것을 올해 90원에 샀다면 10원 절감 성과로 인정해 줍니다. 하지만 작년 100원 하던 것이 올해 120원으로 인상될 것을 열심히 네고하여 110원으로 확정하면 결과적으로 10원 오른 것이 됩니다. 즉, 열심히 일했지만 성과는 없는 것이죠. 제가 맡은 아이템 중에도 여럿 이런 경우가 발생했습니다.
2025년처럼 변동성이 컸던 시장에서, 단순히 전년 대비 단가 인하 만을 성과로 잡는다면 억울한 구매 담당자들이 많을 것입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흘린 땀방울이 보고서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놓치고 있는 숨은 절감 포인트 3가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경영진이 인정하던 인정하지 않던,
인상방어도 절감 실적이다!
많은 담당자가 가장 많이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인상 방어 실적입니다. 예를 들어, 공급사가 원자재 가격 폭등을 이유로 10% 단가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치열한 협상 끝에 4% 인상으로 막아냈다고 가정해 봅시다. 재무팀 관점에서는 "비용이 4% 올랐네?"라고 하겠지만, 구매 관점에서는 “내가 없었다면 8% 오를 것을 4%나 막아낸 것”입니다. 표면적으로는 4% 인상됐지만, 구매적으로는 4% 인상 방어한 것입니다.
4% 단가 인상 방어의 이면을 살펴 봅시다. 업체에서 10% 인상을 요구했지만, 시장 분석 결과 실 원자재 인상률은 4% 입니다.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부대 비용도 덩달아 인상되어 업계 통상 인상률이 8% 수준임을 파악합니다. 4% 인상을 목표 단가로 잡고 업체와 치열하게 협상을 벌입니다. 결국 4% 인상 합의하여 마무리했다면, 나의 분석과 협상을 통해 8% 인상될 것을 4% 인상으로 방어한 것입니다. 이는 누가 뭐래도 명백한 구매 담당자의 실적입니다.
💡구매 실적 포인트
단순히 “4% 인상 합의”가 아닌 “4% 인상 방어”로 어필하세요.
단, 업계 통상 인상률이 8%임을 반드시 명시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비용을 줄인 것도 돈이다
: T/C(토탈 코스트) 관점의 접근
단가는 그대로지만, 부대조건이 바뀐 경우가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단가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수면 아래의 비용을 줄인 내역을 찾아내야 합니다.
물류비 및 재고 비용: 납품 조건을 EXW(공장 인도)에서 DDP(도착지 인도)로 변경해 운송비를 절감했거나, VMI(공급사 재고 관리) 도입으로 우리 회사의 재고 보유 일수를 줄였다면? 이는 현금 흐름을 개선하고 이자 비용을 줄인 금전적 성과입니다.
지급 조건(Payment Term) 개선: 결제 조건을 익월 말 현금'에서 60일 어음이나 90일 후 결제로 변경했다면, 회사의 운영 자본 확보에 기여한 것입니다.
💡구매 실적 포인트
이러한 활동을 "계약 조건 변경"이라는 텍스트로 남기지 말고, [단축된 리드타임 x 기회비용] 또는 [금융 이자율 환산 금액]으로 계산하여 절감액을 명시하세요.
‘대체재 개발’, ‘사양 변경’ 등 지속성이 있다면?
최소 1년 먹거리다!
단순한 네고(Negotiation)는 일회성일 수 있지만, VE(Value Engineering) 활동은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동안 지속됩니다. 즉, 절감 실적도 지속되는 기간만큼 반영해야 한다는 말이죠.
과스펙 자재의 사양을 최적화했거나 독점 공급사의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이원화를 진행하여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면, 이는 단순 금액 절감을 넘어 공급망 안정성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창출한 것입니다. 특히 올해와 같은 공급망 위기 속에서 생산 중단 없이 대체 자재를 조달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회손실 비용을 막아낸 성과임을 강조해야 합니다.
💡구매 실적 포인트
[자재 절감액 x 월 구매 수량 x 구매 지속 월]로 지속되는 기간의 절감 실적도 합산하세요. 우리 회사에서는 이런 경우, 1년까지만 인정해 주긴 하지만 그 보다 짧다면 당연히 어필해야 합니다.
글을 마치며…
"시장 상황이 안 좋아서 절감 실적이 저조합니다"라고 위축되지 마십시오. 물론, 경영진이 숨은 절감 노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는 구매인에게는 엄연한 실적입니다. 보이지 않는 숫자를 찾아내어 가치로 증명하는 것, 그것이 진짜 구매 전문가의 능력입니다. 관점만 조금 바꾼다면 여러분의 2025년 농사는 장부 상의 숫자보다 훨씬 더 가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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